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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정원장 출금, 국민 모두가 부끄러운 일
퇴임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국내에서 빠져나가려다 출국금지 조치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행보를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도피성 출국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그동안 공개적으로 출국 의사를 극구 부인해 왔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혹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정권에서 모든 정보를 관할하며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 왔던 최고 책임자로서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처신이라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가 재임 중의 여러 의혹사건들과 관련해 법적 책임공방에 휘말려 있다는 점에서도 출국 기도는 그리 떳떳하지 않다. 현재 정치적 논란을 빚고 있는 여러 고소ㆍ고발 사건들이 설령 자신과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의혹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가급적 신중한 처신을 보이는 게 ‘국정원장 출신’다운 행동이다. 해외 유수 대학 연구소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정원장을 지낸 입장에서 개인적인 일정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벌써부터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분위기 역시 경계해야 한다. 현재 그에게 쏠리는 의혹 가운데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난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작을 지시했다는 부분이다.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댓글달기가 그의 업무지시에 기초한 조직적 행위로 드러났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미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한 만큼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는 게 순서다.

그러나 출국 직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구심을 씻기 위해서도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종북ㆍ좌파단체에 대한 척결공작 지시나 4대강 사업 여론몰이 의혹 등은 한결같이 껄끄러운 사안이지만 검찰의 명쾌한 결론으로 논란이 수그러지기를 바란다.

이번 원세훈 전 원장의 출국 기도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국정원이 더욱 본연의 자세에 충실할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중요한 국책사업을 놓고 여론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휘말린다는 자체가 국정원으로선 본연의 사명과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일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을 천명하고도 매번 시비의 한복판에 서는 모습이 안타깝다. 국정원 스스로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자성과 내부적인 공감대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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