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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책, 벼랑에 서다...출판 유통-생태계 총체적 난국
“현재 책 유통은 한마디로 유통구조라 할 수 없습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는 것 같아요.”

광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박세종씨는 “골목서점은 사교육 참고서로 먹고사는데 정가의 75~80%를 현금으로 주고 받아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제 동네서점에서 소설이나 시집을 사는 독자는 없다. 겨우 참고서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 마저 위태위태하다. 진흙탕 할인경쟁에 배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벼랑끝에 내몰린 건 동네서점 만이 아니다. 책 생태계 전체가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가구 책 구입비는 1만9026원으로 전년대비 7.5% 감소했다. 신간도서 발행종수는 3만9767종으로 9.7% 감소, 발행부수는 8690만부로 20.7%감소, 신생 출판사 20% 감소…

출판 지표들이 모두 곤두박질 치고 있다. 책의 핏줄 역할을 해온 동네서점은 지난 10년 사이 5000개에서 1500개로 줄어 골목길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온라인 서점은 훨훨 날았을까. 온라인 서점의 성장률은 인터넷 서점이 생긴 이래 12년만에 처음으로 꺽였다. 지식산업의 근간으로 한국성장의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해온 출판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독서문화가 위축된데다, 출판계가 경제 논리와 할인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결과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특히 현행 도서정가제는 이를 방치, 조장해온 측면이 있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인 도서(신간도서)는 현행법상 19%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도서)와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 및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할인이 무제한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반값, 60%할인 도서가 횡행하고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서 신간 도서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반값에 살 수 있는 구간도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출판사들은 새책 내길 꺼리는게 현실이다.

출판계가 올초 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도서에 일률적으로 10% 할인율을 적용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지만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출판사들이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최근 한국출판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 출판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우선 대형출판사의 반값 덤핑을 지목, 이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 비대위원장 고정일 동서문화사대표는 “출판을 파괴하고 있는 주범은 우리 출판인 스스로이다”며, “상습 덤핑을 해온 대형출판사를 덤핑 및 편법 거래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만간 고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반값 덤핑을 하는 서점에는 책 공급을 중단하는 출판사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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