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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만나는 신선미의 개미요정 연작…새롭고 흥미로운 한국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고양이와 어린아이, 그리고 어머니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머니는 잠든 아이를 쓰다듬고, 잠든 아이는 고양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매우 정겹고, 흥미로운 설정이다. 사진 속 그림(부분)의 왼쪽 끝에는 손바닥만한 작은 개미요정들이 등장한다. 신선미의 신작 ‘그들만의 사정’이란 그림이다.

동양화 기법으로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장면을 그리는 작가 신선미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개미요정 다시 만나다’라는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갤러리 선컨템포러리(대표 이명진)에서 개최되는 전시에는 지난 2010년 이후 처음 공개됐던 개미요정 시리즈의 다채로운 후속작들이 나왔다.

신선미가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들은 더욱 흥미롭고 사랑스런 설정과 경쾌한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이로써 2년 전보다 훨씬 풍성해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통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는 작품에 현대적 내러티브를 불어넣는다. 자칫 동양화하면 옛 것을 계승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루함을 주기 쉬우나 신선미는 동양화 기법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그려 ‘시대의 확장’을 이뤄내고 있다. 아울러 단순히 현실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요정이란 색다른 대상을 자유롭게 집어넣어 상상의 세계를 한껏 펼쳐보인다. 


그의 그림에선 인물이 주인공이다.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해 옛 것과 현재가 한 공간에 있음에도 별반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배경을 말끔히 증발시킨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그림 속 계절, 시대, 장소는 관람객이 상상하기 나름이다.
깨끗한 무(無)의 공간 속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인물들은 뜻밖의 행동을 거듭한다. 휴대폰 조작에 여념이 없는 한복 입은 여인과 아이, 그 주변을 맴도는 개미요정들의 모습 같은 그림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늘 우리 삶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이번에 작가는 기호학적 접근에서 비롯된 ‘문양이야기’ 시리즈도 선보였다. 세련되고 정갈한 한국의 전통문양에, 현대의 디자인 개념을 솜씨좋게 결합한 이 연작은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도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인물들이 전통문양 속에 은근슬쩍 숨겨져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02)720-5789 

[사진=갤러리 선컨템포러리]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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