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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프로페서V의 고백 ‘마마, 돈크라이’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노벨 물리학상을 거절한 한 교수의 기자회견장. 그 자리에 선 교수는 상을 거절한 이야기보다 자신의 실체와 아픈 과거를 먼저 털어놓는다. 누군가를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 피의 갈증으로 가득한 그가 다시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오는 5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장기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는 2인극이지만 모노드라마에 가깝다. 주인공인 프로페서V의 독백과 노래로 극이 진행되며 화려한 연출보다는 ‘헤드윅’처럼 극의 전반을 이끄는 배우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

9살의 프로페서V는 어린 시절 본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닮은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를 메텔이라 부른다. 또래 여학생만 보면 긴장하고 매번 소개팅에 실패하는 남자, 12살에 대학에 입학하고 18살에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된들 무엇할까.

뱀파이어를 만나 사랑을 쟁취하려는 유혹에 빠지고, 뱀파이어가 되어 돌아온 현실에선 우리가 알고있는 뱀파이어들이 고민하는 것 그대로를 고민하게 된다.


180도 변한 프로페서V의 모습, 뱀파이어, 드라큘라 백작은 거친 남성성과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중성적인 인물. 송용진, 임병근, 허규가 연기하는 프로페서V는 내내 웃음을 주며 가벼우나 절대 가볍지만은 않고 고영빈, 장현덕의 드라큘라 백작은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무겁지만은 않다.

작품은 내내 프로페서V의 모성과 여성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차 있다. 학교 사서가 된 메텔을 그리워하는 프로페서V는 엄마를 찾아 우주를 헤매는 철이의 모습인가. “엄마 울지마요, 착한 아이가 될게요(Mama, don’t cry. I’ll be a good boy)’라는 프로페서V의 외침은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이다. 무대는 애절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때론 음습하기까지까지 하다.

반원 모양의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무대는 보름달이 뜨기 전 제대로 된 뱀파이어가 되지 못한 교수가 사는 파르테논 신전같은 집이 되기도 하고, 드라큘라 백작이 사는 1459년의 나비성, 대학교 강의실, 클럽, 공항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배우들은 살짝 힘겨워 보인다. 노래도 어렵게 들리고 가끔씩 흘러나오는 시적 가사는 난해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에 의문을 갖는다면 관객 입장에선 그것도 고민거리. 이운기 연출은 “본연의 정체성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현실이 물려받은 나의 본모습과 불일치할 때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고민했다”며 “어머니에 대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담겨있다고 설명했으나 두 배우의 대결, 메텔과의 사랑이 위주인 극에서 그리 강하게 이해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과 마이크를 들고 뛰어나오는 꽃미남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마마, 돈크라이’의 짜릿한 120분은 뱀파이어가 손짓하는 유혹의 순간들이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페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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