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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표준화된 개발사업 모델부터 만들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좌초 위기에 처했다. 사업 주체인 드림허브가 13일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이다. 2000억원 규모의 ABCP 만기가 돌아오는 6월까지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만 투자 주체 간 이해가 엇갈려 지금 상태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총사업비 31조원 규모로 단군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라는 이 사업이 불과 몇 십억원을 조달하지 못해 파산에 직면했다는 사실이 한심하고 충격적이다.

2006년 개발사업의 첫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제2의 두바이’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사업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부동산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기 때문이다. 당초 코레일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구조가 단순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떠안은 코레일은 용산차량기지를 팔아 빚을 갚고, 민간사업자는 그 개발 이익을 취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코레일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면서 민간 사업자와 갈등이 잦아졌다. 여기에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서부이촌동 지역까지 포함시키는 바람에 보상문제로 시간이 늦어지고 필요 자금 수요가 더 커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처럼 거대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사업 평가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장밋빛 수요 예측을 앞세워 몸집만 마구 불린 게 화근이었다. 가령 코엑스 면적의 다섯 배나 되는 상업용시설, 111층짜리 마천루를 포함한 초고층 빌딩 60여동 등을 무슨 근거로 계획했는지 막연하다. 그저 사업 규모가 크면 그만큼 개발 이익이 클 것이란 주먹구구식 셈법만 난무했을 뿐 명확한 수요예측과 부동산 경기 하락 등 위기 국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전혀 없었다.

설령 용산개발 사업이 파국을 면한다 해도 지금 같은 구조로는 정상적인 추진이 불가능하다. 우선 사업규모를 줄이고,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차곡차곡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등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시급하다. 민간사업이라고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큰 만큼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도 필요하다. 건설교통당국과 서울시 등이 나서 개발 주체 간 이해를 조정하고 해외 투자 유치 등 자금 조달 방안을 함께 모색해 사업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도쿄 롯폰기 힐스나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같은 복합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롯폰기 힐스만 해도 완공까지 17년이 걸렸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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