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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함준호> 새 정부는 거시건전성 정책체계 확립해야
금융 안정기능 각 부처로 분산
위기때도 사후관리 체계 허점
경제부총리제 부활 계기로
정치적 중립성 가진 기구 필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외환건전성 강화, 가계부채 연착륙, 부동산시장 안정 등 대내외 불안요인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거시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기는 성장을 저해함은 물론 실업을 양산하고 빈부 격차를 확대시켜 정치사회적 불안을 초래하므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과 실물의 상호 작용에 의해 파급되는 금융 불안정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며, 물가나 실물경기의 안정을 위한 통화ㆍ재정정책,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과는 구별되는 정책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전통적인 거시정책이나 미시감독만으로는 금융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안정위원회(FSB)ㆍ국제결제은행(BIS)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카드 위기, 가계부채 문제와 저축은행 사태도 그 연원은 정책기능 간 견제ㆍ균형의 실패와 이로 인한 정책 공백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성장과 경기조절 목적이 우선시되면서 카드ㆍ부동산PF 등 부실위험이 확산되었으며, 미시감독에만 치중해 금융회사들의 쏠림 행태가 초래하는 가계부채 급증과 같은 거시건전성 위험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처럼 거시건전성 정책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체계를 정립하는 데는 많은 제약요인이 존재한다. 정책체계 설계의 핵심은 정책결정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그러나 금융 불안정성은 물가나 재정건전성과는 달리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야기되며, 위기가 표면화되기 전에는 정책목표의 달성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한 부처나 기구에 배타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 어렵다.

실제로 금융안정은 위기의 촉발요인과 파급경로에 관여하는 중앙은행, 감독기구, 재정당국 등 모든 유관기관의 참여와 공조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통화정책과 시스템 위험의 연계성, 최종대부자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의 참여와 전문성 활용이 필수적이며 실제 운용되는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이 은행세, 자본금 부과, 대손충당금, DTI, LTV 등 통상적인 규제감독수단이라는 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의 역할도 긴요하다. 시스템 위험의 분석과 제어수단의 설계, 전달경로의 파악, 위험의 선제적 통제를 위한 재량적 의사결정 등을 뒷받침할 고도의 전문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의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유럽연합(EU)의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등 주요국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담당하는 명시적 기구를 설치해 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의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는 아직 미흡한 단계에 머물고 있다. 금융안정 관련 기능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 분산ㆍ혼재돼 있으며, 법률상 권한과 책임을 명시적으로 보유한 시스템 위험의 통제기구가 없어 이들 기관 간 정책조정, 정보공유와 업무협조, 위기발생 시 사후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작년 7월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신설됐으나 여전히 비명시적인 분기별 협의체로서 그 역할과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마침 경제부총리 제도가 부활돼 거시건전성 정책기능의 강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차제에 경제부총리를 장으로 하고 금융안정 유관기관장들로 구성된 법률상 명시적인 거시건전성 정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기구로 하여금 금융안정 관련 정책의 수립, 시스템 위험의 감시, 판정 및 관리, 참여기관 간 역할분담 및 정보공유 등의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동시에 이 기구의 책임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 우리 경제의 거시건전성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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