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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콘클라베
1077년 1월 추운 겨울. 눈발이 날리는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 성문 앞에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하인리히 4세가 맨발로 무릎을 꿇었다. 하인리히 4세가 자신의 궁정신부를 대주교로 임명하자,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황제를 파문했다. 하인리히 4세가 눈물로 자비를 구하기를 사흘, 교황은 그제서야 파문 철회를 선언했다. 중세 교황권의 전성기를 알리는 ‘카노사의 굴욕’이다.

왕권과 끊임없는 갈등이 있었지만 중세의 교황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지배자’로 세속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은 교황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12억명에 달하는 가톨릭신자의 최고지도자인 데다 메시지를 통해 세속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제266대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12일 바티칸 시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됐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를 잠근다’는 뜻이다.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나오지 못하도록 한 전통에서 콘클라베라는 말이 유래됐다. 115명의 추기경은 비밀투표를 실시, 3분의 2의 다수결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고 30번의 투표 뒤에도 교황을 뽑지 못하면 최다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한다. 선거결과는 투표용지를 태운 연기로 알린다. 지붕 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면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흰 연기가 피어올라야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검은 연기, 흰 연기가 뚜렷하지 않아 베드로 광장에서 종소리를 듣고 새 교황 선출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콘클라베 첫날인 12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흰 연기와 함께 새로운 평화를 가져올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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