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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 이영규> 체계적 상생정책 시급하다
오늘 새로이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신랑과 신부에게/ (중략) 말미잘이 소라게에게 기생하듯이/ 그렇게 상리공생(相利共生)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개미와 진딧물, 콩과 뿌리혹박테리아/ 그런 사이만큼만 사랑을 해도/ 아주 성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해삼과 숨이고기처럼/ 한쪽만 도움 받고 이익을 보는/ 편리공생(片利共生)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는/ 아름다운 기생충이 되세요.

이가림 시인의 ‘어느 노(老)생물학자의 주례사’라는 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공생’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상리공생은 생물 상호간에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악어와 악어새’가 이런 관계다. 반면, 한쪽만 이익을 받고 다른 쪽은 이익이 없는 공생관계를 편리공생이라 한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이 공존하는 우리 산업생태계는 어떤 형태의 공생일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웰크론은 최근 첫 그룹 공채를 했다. 경기침체로 대기업마저 채용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 인재가 기업 발전의 성공 열쇠’라는 생각에서 3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해 육성 중이다. 그런데 ‘애써 키운 핵심인재들을 훗날 대기업에 빼앗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중소기업 기술인력 이직률이 평균 13%에 달한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산하에 ‘전문인력유출심의위원회’를 설치했으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겨우 몇 명을 스카우트하지만, 핵심인력을 잃은 중소기업의 타격은 심각하다. 소수 핵심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들이 이직할 경우 ▷연구개발 중단 ▷조업 차질 ▷영업활동 공백을 일시에 불러올 수 있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잘 파악하고 ‘대기업의 기술인력 탈취에 대한 제재 강화’와 ‘인력공동관리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이제 중소기업들이 안정적인 고용환경에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재정ㆍ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시급한 때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부품소재에 대한 대기업의 안정적 구매 확대가 절실하다. 중소기업이 만든 각종 장비, 부품소재, 소프트웨어 등은 거의 대기업 납품에 의존한다. 중소기업이 산업생태계의 든든한 토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안정적인 거래관계가 필수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소기업의 탄탄한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자금과 인력난을 겪고 있다. 우수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에 집중해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체계적인 R&D 지원제도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

산업생태계에서 공생이란 기업 간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시인은 “개미와 진딧물, 콩과 뿌리혹박테리아. 그런 사이만큼만 사랑해도 아주 성공한 삶이 될 것”이라 썼다. 그 어떤 거창한 목표보다도 ‘개미와 진딧물만큼만 사랑’하며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는 상생협력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새 정부의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조속한 지원정책 체계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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