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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안철수式 상륙작전
요즘 정치판을 보면 안철수 전 교수의 조기귀환은 적시타나 다름없다. 새 정치 수요는 차고 넘쳐 난다. 아담한 지역구까지 넝쿨째 굴러들었다면 운마저 따른다. 그야말로 꽃놀이 패다.




부모가 밤낮 고함질에 싸움이나 해 대는데 잘 되는 집 보았는가. 질린 자식은 오갈 데 없이 방황하다 결국 집을 뛰쳐나가기 십상이다. 지금 우리 정국이 꼭 이 모양이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기 싸움은 진저리날 지경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이 훌쩍 넘도록 정부조직조차 꾸리지 못할 정도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한 마디로 정치실종이다. 아니 무단가출이 더 어울릴 법하다.

대선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귀국한다. 때 묻고 낡은 정치가 집을 박차고 나간 사이 ‘새 정치’를 한보따리 품어 오겠다고 한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쨍하고 해 뜰 날 돌아 온단다.” ‘해뜰날’이라는 노랫말이 중독성을 더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평소 안 전 교수의 정치적 변신을 달갑잖게 여겨왔다. 그의 정치행태에 대해 주제넘게도 거친 표현을 들이대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창조적인 과학자로서의 자질과 재능이 아까운 데다 무엇보다 타고난 기질이 정치적 DNA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우려는 몽땅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가 금문교 아래서 쓸개를 씹어가며 100일 기도를 했던들 얼마나 변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반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노원병(丙) 국회의원 출마 결심에 대해 반대 46.0%, 찬성 34.1%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그 방증이다. 너무 이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판을 보면 그의 조기귀환은 적시타나 다름없다. 새 정치 수요는 차고 넘쳐 난다. 아담한 지역구까지 넝쿨째 굴러들었다면 운마저 따른다. 그야말로 꽃놀이 패다. 그의 귀국을 놓고 또다시 타이밍 정치를 한다거나, 손 안대고 거저먹으려 든다거나 하는 따위의 비판과 핀잔은 공연한 해코지에 불과하다. 타이밍이야 말로 값진 정치 기교이자 기술 아닌가.

분명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성정치에 고질병이 더 도질수록 그 현상은 기대이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대선 전의 안철수가 아님을 강조한다. 우선 애매모호한 안개행보와는 딴판으로 언행부터 시원시원하다. 더구나 단일화에 목매는 저급한 구걸 정치와는 더 이상 상종 않겠다는 각오까지 피력했다.

그저 점잖 빼고 기성 정치권을 향해 툭툭 훈수만 던져도 박수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게다가 정부조직법 홍역을 치른 박근혜 대통령이 ‘영희’가 돼 ‘철수’하고만 놀겠다면? 정계개편이 불 보듯 뻔해진다. 당장 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꽃다발을 준비해야 할지 공포탄이라도 쏴야 할지 헷갈리는 것은 민주통합당이고, 또 그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안 전 교수는 보란 듯이 특유의 새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세 규합에 나설 것이다. 그 폭발력이 얼마나 클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새 정치의 상륙작전은 흐르는 물 떠먹기보다 손쉬울지 모른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역주행을 일삼아 엄동설한에 스스로 갇힌 구태 정치가 제대로 매를 부른 셈이다. 꽃피는 봄날, 분명 그 주인공은 안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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