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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위공직자 귀감보인 ‘전관 김능환’
대법관을 지낸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행보가 신선하다. 그는 퇴임 바로 다음날부터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수수한 평상복 차림으로 손님을 맞으며 계산대를 지킨다. 영락없는 동네 편의점 아저씨다. 더러 손님이 없을 때는 쌓인 물건 옮기는 등 잡일을 거들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조용히 책을 읽는다. 새 정부 입각 후보자들의 과도한 전관예우로 비판 여론이 거센 작금의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런 아름다운 ‘전관’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가슴이 뭉클하다.

김 전 위원장 정도 경력이면 웬만한 로펌에 이름만 걸치면 ‘억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최종 신고된 재산은 9억원 남짓이다. 집 한 채 빼고 나면 사실상 가진 게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그가 기꺼이 편의점 일을 택한 것은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퇴임식 직후 제공된 관용차를 마다하고 직접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그 차를 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창 거론이 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설령 제안이 오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 또 다른 조직에서 자리를 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중앙선관위원장 출신이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대통령 선거 등 모든 공직자선거를 관리한다. 그런데 그 책임을 맡은 사람이 대통령 지휘를 받는 자리에 어떻게 앉을 수 있냐는 것이다. 아무리 자리가 탐나더라도 최소한의 금도가 있으며 어렵더라도 그걸 지키는 게 고위 공직자의 처신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전관예우에 의지해 돈과 명예를 좇는 이들도 많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전관’도 적지 않다.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은 퇴임 후 로펌행을 마다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후진 양성에 애쓰고 있으며, 송종의 전 법제처장은 낙향해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전관예우는 사법부를 비롯한 공직사회의 신뢰를 갉아먹는 악성 바이러스다. 더욱이 전관예우를 받으면서도 다시 ‘현관’에 눈독을 들이는 몰염치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국록을 받으며 해당분야 쌓은 지식과 경험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이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활용한다면 범죄행위나 다를 것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김 전 위원장의 사례가 공직자들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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