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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의 호수’로 꿈 펼쳤던 강예나, “내겐 너무 소중한 작품”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이제까지 했던 ‘백조의 호수’ 중에서 가장 힘도 덜 들고 즐겁게 연습하고 있어요. 혼자서 신나게 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발레 ‘백조의 호수’의 여섯 백조 중 가장 맏언니로 11일 무대를 빛낼 강예나(39)에게 ‘백조의 호수’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의미있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에반 맥키(Evan Mckie)와 ‘오네긴’ 이후 2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무대라 더욱 설렌다.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연습을 마치고 막 사진 촬영을 끝낸 강예나에게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수 있었다.



“에반 맥키와는 2번째 작품인데 정석적인 클래식 발레는 처음이거든요. 에반은 연기도 잘하고 전하는 에너지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계산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기대 반 긴장 반인 상태예요.”

이틀 전 독일에서 발레리나 강수진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고 막 한국에 도착한 에반 맥키는 우연찮게도 한국 발레리나들과 인연이 깊다. 강예나는 “에반과 함께 춤춘 한국인 무용수가 세명인데 강수진, 강효정, 그리고 저”라며 “세 사람 모두 성이 강씨”라고 했다.

‘백조의 호수’는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그. 190㎝의 장신 에반과 함께하는 이번 ‘백조의 호수’는 어느때보다 한없이 팔다리를 펼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예나에게 있어 ‘백조의 호수’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애증의 작품’ 이다. 19살에 러시아 키로프-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당시 객원 수석무용수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타이완 투어에서 처음 3막짜리 작품을 한 것이 ‘백조의 호수’였고 UBC 입단이후 1998년 UBC사상 첫 북미투어에서 수석무용수로서 공연했던 작품도 ‘백조의 호수’였다.

그 투어를 통해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에 입단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강예나.

“뉴욕 시티센터에서 공연했는데 공연 쉬는 날 ABT에 무작정 찾아가서 한 번만 클래스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예술감독이 제가 하는 걸 보고 5분 있다가 나가더라고요. 그런데 10분 뒤에 예술관련 스태프를 다 데리고 와서 봤어요.”

그 다음날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이 있었고 강예나의 모습을 본 ABT 예술감독은 그의 입단을 결정했다.

“살면서 많은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예요. ABT에 있을때 왼쪽 무릎 수술 이후 처음으로 했던 대작발레가 ‘백조의 호수’였고 안무 자체가 왼쪽다리에 가장 무리가 많은 클래식 작품인데 수술 이후 가장 힘들게 한 작품이라 애증의 작품이죠.”

19세에 ‘백조의 호수’로 대작 발레를 시작한 이후 20년 동안 이 작품만 수십번을 공연했다. 공연 횟수를 세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을 정도. 하지만 이제 오데트와 오딜로 언제 또 무대에 서게 될 지 기약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겐 이번 ‘백조의 호수’도 소중하다.

피아노를 전공한 교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4살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초등학교 3학년 운명처럼 발레공연을 처음 보고 선화학교에 진학해 발레를 전공하게 됐다. 1989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로열발레학교 입학, 1994년 키로프-마린스키 발레단 한국인 최초 입단, 1998년 ABT입단한 1호 한국인 등 ‘최초’로만 살아온 그에게 26년의 발레인생 속 ‘백조의 호수’는 언제나 소중한 작품, 앞으로도 소중하게 남을 작품이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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