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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극적으로 저항 안했어도…능동적인 수락 없었다면…해외선 강간죄 요건 성립
김지영(28ㆍ가명) 씨는 소개팅에서 만난 남성과 데이트를 하다가 어느 날 집으로 초대했다. 둘은 기분좋게 와인을 마시고 대화를 나눴다. 갑자기 상대 남성은 김 씨를 상대로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 김 씨는 거부의사를 표시했지만 상대방은 멈추지 않았고 김 씨는 “결과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대 남성은 “합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 경우 외국에서는 소위 ‘데이트 강간’에 해당한다. 외국에서는 ‘적극적 저항’이 아닌 ‘능동적 수락’을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능동적으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인정하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극적 저항’을 강간의 요건으로 보고 있어 김 씨는 ‘강간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노(NO)’를 거절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노(NO)’를 간접적인 수락으로 넘겨짚는 경우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강간죄 구성 요건 중 ‘강력한 저항’이란 개념이 삭제됐다.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는 모두 처벌 대상이며 죄질에 따라 형량이 결정된다. 독일은 1990년대 중반 법 개정이 이뤄져 폭행과 협박의 수위를 구별해 강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는 강간과 화간의 경계지대를 다루는 법이 미비한 실정이며, 법 개정과 함께 경찰·검찰 등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현장에서 강간범죄를 다루는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지원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를 다루는 법은 야만적이라 할 만큼 미흡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법이 개정되더라도 성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의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엄격한 ‘성교육’이 진행되는 부분을 함께 주목했다. 캐나다 등 북미권에서는 실질적인 사례를 포함해 성교육이 토론 중심으로 이뤄진다. 무엇이 성폭력이고 성추행의 차이, 데이트 강간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개념 교육은 기본이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우리나라 현실은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해도 수사관에 의해서 합의가 권유되는 경우, 화간으로 전제하고 취조하는 경우, 데이트 폭력은 성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는 경우 등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에게 불리한 분위기”라며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현장에서의 인식전환이 우선돼야 하고, 어린 청소년들에게도 제대로 된 ‘성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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