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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종구> 미국 재정위기 재연되나
연방예산 자동삭감 시퀘스터
일자리 100만개 심각한 영향
주정부도 경기 둔화·재정적자
정치권 책임전가 ‘치킨게임’만…





워싱턴이 연초 재정절벽 위기에 이어 또다시 예산 자동삭감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법에 따라 3월 1일부터 연방예산이 자동삭감되는 소위 ‘시퀘스터(sequester)’가 발동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 발효된 예산통제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연방예산이 일률적으로 삭감될 경우 미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공화ㆍ민주 양당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금년에만 당장 3조6000억달러 연방예산의 2.4%에 달하는 850억달러의 예산삭감이 불가피하다. 국방예산 460억달러, 비국방예산 390억달러가 삭감대상이다.

책임 소재를 놓고 양당 간에 설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이번 시퀘스터를 ‘자초된’ ‘인위적으로 조성된’ 위기로 규정하고 공화당을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지도부 회동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출삭감은 불필요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균형된 재정적자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증세 문제는 이제 종료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야 지도자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위기의 원인에 관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대기자의 주장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우드워드는 저서 ‘정치의 대가’에서 2011년 7월 당시 제이콥 류 백악관 비서실장과 롭 네이버스 의회담당비서관이 시퀘스터를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스다코타 존 호벤 공화당 상원의원은 “시퀘스터를 추진한 것은 오바마 자신”이라며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시퀘스터가 몰고 올 충격파는 얼마나 클 것인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위(Fed) 의장은 시퀘스터가 현실화될 경우 경기회복세의 미국경제에 심각한 추가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소속 약 80만명의 민간인이 최대 22주간 일주일에 하루씩 무급휴가를 가야 한다. 연방항공청 소속 4만7000명의 무급휴가 시행 시 주요 허브공항에서 한 시간 이상 항공편이 연착될 가능성이 크다. 수백개에 달하는 주립공원이 폐쇄되고 교육, 환경, 식약품 안전 등 주요 프로그램이 단축, 중단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10억달러 규모의 연방 재난구조예산이 삭감되고, 5000명의 국경통제요원도 무급휴가 대상이 된다. 워싱턴의 중립적 연구기관 ‘초당파 연구센터’는 1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시퀘스터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주 정부다. 주 정부에 대한 재정지원이 삭감될 경우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재정적자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예산 자동삭감은 일자리를 없애고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퀘스터가 경제에 미칠 파장은 다행히 2011년 국가채무한도 논란, 연초 재정절벽 위기에 비해서는 작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년에 실제로 삭감될 금액은 약 440억달러 규모이며 가장 비중이 큰 사회보장, 저소득층 의료지원 등 의무지출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사전에 충분히 예상돼 시장상황에 반영된 부분이 많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 내 종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는 마주 달리는 열차가 서로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양상이다. 양당은 시간을 벌면서 자기 당에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어내겠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다. 일단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리한 협상고지를 점하고 있다. 작년 재선에서 낙승했고 공화당과의 힘겨루기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여론도 오바마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퓨 리서치와 워싱턴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는 45 대 32로 오바마의 세금인상과 지출삭감의 균형된 재정적자 해소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조사도 공화당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오바마의 지지율이 51~55%로 근래 가장 높은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25%라는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워싱턴 정가가 벼랑 끝 합의를 도출해낼지, 아니면 끝없는 정쟁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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