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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기 61득점 선일여고 신지현, 엄마뻘 대선배 전주원과 만나다
“61점때문에 알려져서, 다음 대회때 못하면 어쩌나 걱정돼요.”

다부지고 파워넘치는 인물을 상상했다. 여고농구 한 경기에서 혼자 61점을 터뜨린 선수라면 첫 인상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여고농구 최대어’ 선일여고 3학년 가드 신지현(17ㆍ174㎝). 그의 첫 인상은 동네 독서실을 오락가락하며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그중에서도 얌전한 학생의 이미지에 어울렸다. 하지만 바로 신지현이 지난 달 WKBL(여자프로농구연맹)총재배 춘계 전국여자중고농구대회 대전여상과의 8강전에서 61득점을 올리며 83-75의 승리를 이끌었던 선수다. 61점은 고교농구가 전산화된 뒤 작성된 한 경기 최고기록이다.

선일여고는 전통의 농구명문이다. 삼천포 인성 숙명 숭의여고 등과 함께 대표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전주원 한현선 이강희 이경은 등이 선일출신이다.

신지현에게는 하늘같은 선일여고 대선배 전주원(41) 우리은행 코치와 인터뷰를 가졌다. 전주원 코치는 신지현과 24년 차이로 이모 혹은 엄마뻘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신지현은 바짝 긴장한 듯 인터뷰내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짧게 대답을 하곤 했다. 

우리은행 여자농구 전주원 코치와 선일여고 신지현 선수.                                              안훈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신지현은 61점을 기록한 경기에 대해 “공격을 분담하던 센터가 퇴장을 당해서 계속 골을 노린건데 그렇게 점수가 많았는지는 몰랐다”며 “나중에 인터넷에 올라온 61득점 동영상을 한 3번쯤 봤다”며 웃었다.

신지현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이경은, 전주원 선수”라고 말했다. 이경은은 학교 8년 선배로 외모도 신지현과 흡사하다는 평을 듣는다. 옆에 있던 전주원은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실제로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옆에 있으니 내 이름을 넣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동석한 아버지 신진호씨(47)는 신지현이 농구를 시작한 것이 전주원 선수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지현이가 초등학교 때 또래 중에 달리기를 잘했다. 그래서 운동을 시켜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2006년 우연히 신문에서 엄마선수로 활약하는 전주원 코치의 기사를 보고 농구를 시켜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 집 근처에 선일초등학교가 있었고 당장 전학을 하면서 농구에 입문했다. 신 씨 본인도 농구명문 명지고를 다녔는데 어머니의 반대로 운동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딸에게 농구공을 쥐어주며 대신 한(?)을 푼 셈이다. 전주원의 부친 역시 운동을 하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못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신씨는 농구에 관심을 갖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청계천을 뒤져 농구만화 ‘슬램덩크’ 전집을 구해주기도 했다. 신지현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했다. 


신지현은 볼을 잡은지 만 2년이 되지 않은 6학년때 소년체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선일여중을 거치며 부동의 가드로 자리잡았다. 청소년대표팀으로 출전해 중국을 격파하는데 주역이 되기도 했다.

신지현은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슛거리도 길고 슛에 자신이 있지만 힘과 체력이 조금 약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지현은 드리블, 패싱, 슈팅 모두 뛰어나다. 전주원 코치는 “내 고교시절보다 체격이 조금 작고 아직 골격이 덜 여문 것 같다. 체격을 좀 더 키운 다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는 10월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신지현은 1순위 지명이 유력하다. 전 코치는 “너무 뽑아오고 싶지만, 우리팀은 이번에 정규리그 1위를 해서 기회가 오기 어려울 것 같다. 너무 아쉽다”며 모처럼 나타난 후배 유망주를 바라봤다. 


프로에 데뷔하면 첫번째 목표가 뭐냐고 묻자 신지현은 “1분이라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 1순위 예상 선수치고는 소박한 바램이다. 신지현은 “고교졸업 후 바로 프로무대에서 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많은 걸 배워야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그보다 걱정은 4월 열리는 대회다. 1명이 그만두면서 선일여고 농구부는 5명만 남게 됐다. 5반칙 퇴장 한명만 나와도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 신지현은 “반칙도 마음대로 못할 거에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고농구의 씁쓸한 현 주소다. 하지만 졸업 이후에는 신일여중 선수들이 몇명 진학하게 돼 다행이다. 여기에는 친동생 신지혜(162㎝)도 있다. 동생 지혜는 신장은 작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가드로 김영옥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언니와 동생이 6년간 신일여고의 주전가드로 활약하는 셈이다.

모처럼 등장한 대형신인 신지현이 침체되어가던 여자농구에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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