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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퇴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
정재욱논설실장
대통령의 업적은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공은 지속 발전시키고, 과는 후임자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성공이냐 실패냐 이분법적 사고로 업적을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또 한 명의 대통령이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뒷모습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환하게 웃으며 박수 속에 사저로 돌아가는 당당하고 멋진 대통령의 모습을 이번에도 보기 어려울 듯하다. 5년마다 이렇게 대통령을 보내는 국민들 마음도 영 편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며칠 전 마지막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5년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모두 역사에 맡긴다”고 밝혔다. 얼핏 덤덤한 통상적 소회처럼 들리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절절한 심경이 드러나게 녹아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인정받는 대통령이고 싶었으나 세간의 민심은 그렇지 못한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이 배 있는 것이다.

실제 퇴임 시점의 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점수는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당사자로선 억울한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도리는 없다. 결국 지지도로 평가를 받는 게 대통령이고 정치다. 하긴 이 대통령만큼 ‘욕’을 많이 먹은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 본인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출입기자들과의 고별 오찬에서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일하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자 확신이다. 설거지를 많이 하는 사람이 접시를 깰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안 하면 그만이고, 반대하면 하지 말자는 식으로 5년을 보냈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었겠느냐”는 투정 섞인 항변에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자부심이 함께 묻어난다. 그 진정성은 십분 이해된다.

사실 우리는 퇴임 대통령에게 점수가 너무 인색하다. 임기를 마칠 때쯤에는 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과만 줄줄이 쏟아내기 일쑤다. 이 대통령뿐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임기 말에 급속히 힘이 빠져 그럴 수도 있다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물론 이 대통령에게도 과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매끄럽지 못한 인사는 임기 내내 논란과 갈등의 원천이었다. 대기업을 중시 정책으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내곡동 사저 의혹은 어떠한 해명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식이하의 사건이었고, 친인척과 측근 비리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렇게 많다.

하지만 그림자와 빛은 늘 함께하게 마련이듯 공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선제대응하며 무난히 극복한 것은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다.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7대 교역국의 위치에 오른 것이나, G20 및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 개최로 우리의 국격을 한껏 끌어올린 것 역시 평가할 만하다. 아직 이르지만 논란의 핵심이던 4대강 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럼에도 유독 과만 불거지는 것은 대통령 자신도, 국민들도 모두 마음이 조급한 탓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긴 호흡으로 지켜보면 냉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공은 공대로 지속 발전시키고, 과는 후임자들의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대통령의 업적을 재단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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