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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회찬-황교안 ‘엇갈린 운명’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대법원 선고로 의원직을 상실한 가운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의 인연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5년 노 의원이 안기부 X파일을 폭로할 당시 황 내정자는 X파일 수사의 핵심 지휘라인에 섰던 인사다. 노 의원은 선고 직후 “국민의 심판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불과 하루를 사이에 두고 X파일 폭로 당사자와 당시 수사 검사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것이다.

대법원 3부는 14일 오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기소된 노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노 의원은 이날부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고, 집행유예 기간인 1년이 끝나기 전까지는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노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에선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은 지난 1997년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모 언론사 회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줄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을 안기부 도청 조직 ‘미림’팀이 불법 도청했던 사건을 노 의원이 입수해 국회에서 폭로하면서 터졌다. 노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은 두개였으며, 녹취 내용에는 전현직 검사 7명의 이름이 언급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도자료 가운데 프린트물로 배포된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지만, 보도 자료를 인터넷에 올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내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선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이날 결정된 것이다.

최근 여야 국회의원 152명은 징역형만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벌금형을 추가한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 법안의 처리때까지 노 의원에 대한 선고를 미뤄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노 의원은 이날 선고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며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X파일 수사’를 지휘했던 황교안 검사는 하루전인 13일 차기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다. 황 내정자는 당시 뇌물을 건넨 삼성측 인사에 대해선 전원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독수독과’론이 수사 확대 반대의 근거였다. 독수독과론은 ‘독을 품은 나무에서 열리는 과실은 독이 있다’는 말로, 불법으로 채득된 증거물을 근거로 수사를 확대해선 안된다는 논리였다.

대신 검찰은 노 의원과 사건을 폭로했던 기자 1명만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수사를 마무리 지은 직후 황 내정자는 “부끄러운 것 없는 수사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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