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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아트> 도시를 화폭삼은 거친 낙서…부조리한 사회를 그리다
국제갤러리 14일부터‘ 검은 피카소’ 바스키아 작품전
버려진 판자 낙서·알 수없는 글귀등
금전적 가치·삶과 죽음 주제로
그만의 시적문구, 그라피티로 형상화

짧은 8년이지만 강렬했던 작가활동
美신표현주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




버려진 나무판자에 낙서처럼 그려진 거친 그림. 알 수 없는 글귀들과 부호, 검은 인물이 강렬한 바탕색 사이로 도드라진다. ‘이런 것도 미술일까’ 싶지만 일찍이 미국과 유럽의 미술관들은 이 강렬한 낙서화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도 대서특필했다. 요즘 내로라하는 컬렉터들은 그의 작품을 컬렉션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 작품 값도 오리지널 페인팅의 경우 수억~수십억원을 호가한다. 정식 미술 교육도 못 받았고,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광기의 작가’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88) 이야기다.

‘21세기의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미국 작가 장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이 서울에 왔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오는 14일 바스키아 작품전을 개막한다.

바스키아는 낙서화를 현대미술의 한 주류로 당당히 올려놓는 데에 크게 기여한 작가다. 불과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드라마 같은 삶을 마감했지만 그는 마지막 8년간의 짧은 작품활동을 통해 미국의 신표현주의 및 신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출품작들은 1980년대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팝아트의 문화적 부흥에 따른 당시 사회상을 독특하게 반추한 것들이다. 흑인으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인종 차별을 받았던 야구 선수 행크 애런, 재즈뮤지션 찰리 파커 같은 영웅적 아이콘을 강렬한 터치로 그린 그림이 포함됐다.

또 만화ㆍ해부학 등을 시대적 하위문화의 정치적 이슈와 결합시킨 작품도 포함됐는데, 대부분 자전적인 내용이 깔려 있는 게 공통점이다. 이를테면 다양한 해부학 도상이 그려진 작품에는 일곱 살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비장을 제거한 뒤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책 ‘그레이의 해부학’을 탐독하며 받았던 영감이 반영됐다. 

미국 뉴욕 거리를 누비며 인종주의, 해부학, 흑인 영웅을 주제로 낙서화를 그리던 요절화가 장미셸 바스키아의 1984년 작‘ DESMOND’. 차가움과 뜨거움이 교차하는 고독한 그림에선 흑인의 소울(soul) 뮤직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The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_ADAGP,
Paris_ARS, NewYork                                                                                   [이미지제공=국제갤러리]

그는 또 금전적 가치, 삶과 죽음 등의 주제를 그만의 시적 문구로 형상화했다. 경계가 불분명하며, 복합적인 기호와 문자, 인물의 암시로 이뤄져 알쏭달쏭한 바스키아의 작품은 기존의 그 어떤 미술언어에도 종속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조형 세계를 펼쳐보인 것이 매력이다.

브루클린 출신인 바스키아는 아이티 이민자로 회계사였던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바스키아가 일곱 살 되던 해에 이혼했다. 어린 시절 만화가와 시인을 꿈꿨던 바스키아는 열다섯 살에 집에서 나와 진보적인 대안학교에 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뉴욕 소호 거리의 벽면에 저항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그린 낙서화로 출발한 작가는 ‘SAMO(Same Old Shit)’라는 사인을 남겼다. 기지 넘치는 시로 이뤄진 글과 그림은 곧바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비주류의 정서와 문화’의 주요 표현 수단이었던 그라피티(Graffitiㆍ낙서)는 시인을 꿈꿨던 바스키아의 바람을 피력해준 더할 나위 없이 잘 들어맞는 방식이었다.

후반기 그의 작업은 낙서 그림을 뛰어넘으며 그 폭이 깊고 넓어졌다. 때론 광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열정적으로 전개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의 암벽미술 등 시각어휘를 풍부하게 해줄 기호와 상징도 등장시켰다. 또 ‘왕관’ 심벌도 즐겨 그려넣었다. 왕관은 그림 속 인물에 바치는 존경과 찬미이자, 바스키아 자신을 은유하기도 한다.

바스키아의 말기 작품은 우울하고 상처받은 어두운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마약 남용과 유명세에 따른 강박증에서 기인됐다. 또 앤디 워홀의 죽음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미술 외에도 패션ㆍ음악ㆍ연기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보였던 이 천재는 인간 존재의 불가해성과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강박적으로 번뇌한 끝에 결국 약물 중독으로 이른 삶을 마감했다. 3월 31일까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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