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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대학가 씁쓸한 자화상
취업도 못했는데 졸업식은 왜 가?
증명서비용 깎아주면 참석 할게요



서울 A 대학교 국문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B(25ㆍ여) 씨는 오는 20일 학위수여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지도 교수나 친구들 앞에 당당히 설 자신이 없어서다. B 씨는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마음만 아플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들러리를 서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다”고 털어놨다.

설 연휴 이후 대학가 학위수여식이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취업을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 중 3명 꼴로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학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오는 19일 학위수여식이 예정된 서강대는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재학생을 대상으로 ‘졸업식 참석 확대방안 모색을 위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강대에 따르면 졸업식 참석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예상대로 ‘취업 준비 등의 사정으로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상을 받는 일부 학생의 ‘들러리가 되기 싫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졸업식 활성화 방안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성적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 비용을 할인해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서강대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니 취업의 어려움 등 막연히 생각했던 학생들의 상황이 실제 현실이었다. 학생들의 제안도 매우 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도 학위수여식에 반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는 학위수여식을 진행하는 대학도 있다. 삼육대는 지난 4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행사장 밖에 ‘봉사 문(門)’을 만들고 모든 참석자들이 그 문을 통해 입장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문을 통과하면 양 옆에 총장, 부총장, 교수들이 도열해 박수를 치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삼육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총장과 부총장이 졸업자 모두에게 일일이 장미꽃과 학위증을 수여했다. 학생 모두 축하받을 수 있는 졸업식을 만들기 위해 매년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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