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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장관급 통상교섭 독립기구 검토할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쇠고기 협상처럼 통상 문제는 경제나 무역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맡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외교통상부의 통상 관련 업무를 산업 담당 부처로 옮기는 문제로 논란이 그치지 않자 박 당선인이 직접 교통 정리한 것이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장관까지 나서 ‘헌법의 골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던 외교부는 “정부 조직 개편이 확정되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통상 기능 이전 논란은 고질적 부처 이기주의의 발로로 국익과 하등 무관한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해당 업무를 어느 부처에서 관할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더 되느냐를 따지는 생산적 토론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헌론’까지 들먹이며 기득권을 지키려했던 외교부나 앞뒤 설명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인수위 모두 수준 미달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통상 기능을 어디에 두는 것이 더 나은지 정확히 재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외교부가 맡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무 위주의 외교부 조직문화 때문이다. 외교부는 크게 정무와 통상 분야로 나뉜다. 하지만 갓 들어온 초보 사무관에서 장관급 고위직까지 대부분 정무 분야를 선호하지 통상을 지망하는 외교관은 거의 없다. 그저 인사이동에 따라 마지못해 자리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령 통상직에 들어오더라도 언제든 멋지고 폼나는 외교관과 대사로 다시 나갈 궁리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명감과 전문성을 가지고 통상교섭 업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998년 통상교섭본부 설립 당시 각 부처에서 들어간 전문 통상 관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위상이 어떤지는 외교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통상교섭 현장은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쟁터나 다름없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말리는 외줄타기 협상을 벌여야 할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대외교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에서 통상교섭은 총칼로 싸우는 전쟁보다 더 치열할 때도 많다. 지금 당장은 산업관련 부처로 그 기능이 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처럼 무역대표(USTR)처럼 대통령 직속 장관급 통상교섭 전담조직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교부와 산업부, 농림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유기적인 협력을 토대로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대외 교섭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생산적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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