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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문근영은 어색했다
‘ 청담동 앨리스’서 속물 신데렐라 변신
‘바람의 화원’ 남장여자 신윤복
‘신데렐라…’의 반항하는 20대
‘아역배우 꼬리떼고 끝없는 변신

‘한세경역엔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
‘사교모임서 파티복 입은 문근영
‘아줌마처럼 보이는 아이같아…



‘청담동 앨리스’의 여주인공 한세경은 돈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게 있었다. 그래서 부잣집 아들 차승조(박시후 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삼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의 비극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며 현실감을 더했다.

한세경을 연기한 문근영(25)은 캔디가 신데렐라가 되는 기존 로맨스물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전형적인 캔디는 속물스럽게 변주됐다. 그런데, 문근영은 한세경 캐릭터가 잘 어울렸을까?

그리 잘 어울렸다고 볼 수 없다. 멜로 드라마 여주인공의 비주얼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방송 내내 많이 올라왔지만, 더 중요한 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근영은 아역 출신이어서 매번 변신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장화, 홍련’(2003년)과 ‘어린 신부’(2004년), ‘댄서의 순정’(2005년)은 아이로 나온 작품이었다. 아역 최고작은 뭐니 해도 귀엽고 발랄했던 ‘어린 신부’다. 문근영은 성인역으로 첫 도전한 영화 ‘사랑따윈 필요 없어’(2006)가 철저하게 외면당한 후 드라마로 방향을 바꿔 성인 유예전략을 짰다. 2008년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여자 신윤복을 맡았으니 오히려 더 귀여운 남자(?)가 돼 사랑을 받았다. 그해 문근영은 최연소 연기대상(SBS)의 주인공이 됐다.

 
아역배우 출신 문근영은 캐릭터가 어울리면‘ 최고’가 되지만 어울리지 못하면‘ 최하’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문근영은 그 2년 후 출연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2010년)의 은조 역을 할 때가 가장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숙하면서도 청춘의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어릴 때 학대받아 무표정하면서 반항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기 위해 위악을 떠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문근영과 천정명이 서로 상처를 보듬어 안는 연민 같은 사랑은 그 자체로 시청자를 빨아들였다. 게다가 슬픔이 배어 있으면서 울림을 담고 있는 마법 같은 문근영의 내레이션은 깊은 감성을 표현했다. 이어 ‘매리는 외박중’(2010)에서 홍대앞 보헤미안 느낌이 나는 위매리를 연기할 때도 괜찮았다.

하지만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당찬 면이 있는 캐릭터였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이 드라마는 신데델라 드라마를 변주하면서, 좋게 말하면 새로운 드라마(현실에 강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점에서)이고, 나쁘게 말하면 애매모호한 드라마가 돼버렸다. 따라서 한세경 캐릭터도 쉽지 않게 됐다. 종반부 세경에게 주어진 그 많은 대사는 캐릭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문근영은 이 드라마에서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고 할 수 있지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문근영은 25세의 성인인 데도 아직 어리다는 느낌이 있어 과도한 변신은 금물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문근영의 비주얼을 살리지 못해 아이 같은 모습으로 아줌마처럼 보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드라마 중반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았다. 문근영에게 이 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캔디가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비즈니스로 먼저 결혼한 윤주(소이현 분)와 ‘공모’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포인트지만, 이런 모습이 문근영에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문근영이 청담동가의 신인화 팀장(김유리 분)에게 “내가 하면 추하고, 너네들이 하면 예쁘냐. 나도 추한 사랑 할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힘이 떨어졌다.

차라리 시종 자신의 위치를 지켜 현실로 돌아오는 한세경이었다면 문근영에게 더 잘 어울렸을 것이다. 청담동 사람들의 사교모임에서 입는 파티복도 문근영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문근영은 캐릭터를 정말 잘 선택해야 한다. 문근영에게 캐릭터가 어울리면 ‘최고’가 되지만 어울리지 못하면 ‘최하’가 될 수도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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