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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5도...인간의 체온을 지닌 힐링 IT 기술이 온다
[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 IT 기술이 따뜻해지고 있다. 스마트기기, 게임, 인터넷 등 인간의 삶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된 IT는 자연스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외 집단을 양산했다. 장애인, 노인 등 소수자들이다. IT는 점차 인간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데, 소수자들에게는 이 공기를 향유할 기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IT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변화를 포착했다.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요금제가 나왔고, 노인 재활치료를 비롯한 소수자들의 삶 곳곳에 IT 기술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IT 시대에 들어 이들이 인류의 진보를 향유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희도구’였던 게임이 장애 치료에 쓰인다?= 대표적인 사례는 게임이다. 최근 셧다운제 등 정부 규제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사기가 위축된 가운데,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기능성 게임이다. 기능성 게임이란 게임 본연의 재미에 목적성을 더해 개발한 게임이다. 교육이나 치료 혹은 계몽적 효과를 재미라는 요소로 풀어낸 게임으로 정보전달과 홍보, 인식 및 행동전환, 훈련 등을 위해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모바일 앱 개발사들은 장애인 치료나 치매 예방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 기업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도 최근 기능성 게임을 선보이며 따뜻한 IT 기업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간 거대한 전투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MMORPG 게임을 개발해 온 엔씨소프트는 지난 30일 개막한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 국내 IT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홍보 부스를 차렸다. 장애아동을 위한 기능성 게임 2종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가 평창 스페셜올림픽에 마련한 홍보 부스에서 장애아동이 기능성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 ]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이번 평창 스페셜 올림픽에서 선보인 기능성게임은 ‘AAC’와 ‘인지니’다.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acation)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태블릿PC용 게임이다. AAC의 경우 상황에 맞는 그림을 클릭하면 태블릿PC에서 그림으로 그 상황을 음성으로 표현한다. 예컨대, ‘좋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이용자가 웃고 있는 사람의 그림을 누르면 ‘좋아요’라는 음성이 태블릿PC로 나오는 것. 현재 출시된 버전에서는 감정, 활동, 음식, 색깔, 인간관계 등 22개 범주의 200여 개 아이콘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운 아동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또 다른 하나는 인지니(Injini)로 지적 장애를 겪는 아동들을 위한 게임이다.

▶IT의 진보는 생활의 진보? = 첨단 기술은 장애인의 삶을 완벽하진 않지만 좀 더 풍성하고 윤택하게 한다. 이번 평창스페셜 올림픽에서 주최측은 6억 원 가량을 투입해 위치추적 단말기를 도입했다.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자칫 몸이 불편한 이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회가 평창과 강릉을 오가며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해결책으로 주최측은 위치추적 단말기를 역대 처음으로 2300여 명 선수 전원에게 지급했다. 목걸이처럼 걸 수 있는 이 단말기는 5m 인에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육체적 스포츠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e-스포츠 대회도 있다. CJ E&M 넷마블은 한국 콘텐츠 진흥원과 함께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장애학생의 사회성을 키운다는 목적으로 넷마블이 2009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이 행사에는 약 3000여 명의 장애인이 참석했다. 넷마블은 온라인 게임의 우수한 기능을 활용해 장애학생의 정보화 능력을 신장시키고 건전한 여가 생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e스포츠 대회의 종목은 ‘마구마구’와 ‘카트라이더’ 등으로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이다. 

엔씨소프트가 평창 스페셜올림픽에 마련한 홍보 부스에서올림픽 참석자들이 기능성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 ]

IT기업은 일자리 제공과 후원 등을 통해 기성기업들보다도 장애인과의 스킨십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넥슨은 게임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인 넥슨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 넥슨은 여기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하고 다수의 장애인을 고용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대기업 장애인 고용 우수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따뜻한 IT는 바람직...그러나 정보화 교육이 먼저= 하지만 이런 업계의 다방면의 노력은 결국 실용성과 지속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장애인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한 서비스는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아 수백만원의 요금 폭탄을 맞는 사례도 많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정보화 교육 등 근본적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확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지욱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과장은 사회가 장애인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적장애인의 경우 기능성 게임이나 안전을 위한 첨단 기기가 도입되더라도 어려운 프로그램은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정보화 교육 등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하며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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