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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소고기 사묵다, 동맥경화 걸리겠지~
정권 인수위원회 한 달, 감동은 부족했다. 소화불량의 체감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봐’라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비슷해 보인다. 자기중심적인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다중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힘 좋아져서 열심히 일하겠지. 열심히 일하면 뭐하겠노? 돈 많이 벌겠지.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또 소고기 사묵겠지….” KBS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어르신’은 단어와 조사만 바꾸면 무한 반복되는 개그다. 성장만능주의와 속도전쟁, 돌고 도는 인생의 부질없음을 허망하게 풍자했다는 그럴 듯한 촌평과 함께, 인터넷에서는 뭐든지 ‘소고기 사묵겠지’를 붙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시중, 천신일 등 멘토와 친구 풀어주기 특별사면은 임기 말 막장 드라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스타일은 여전히 불통이다. 정권교체기의 혼란스런 상황을 지극히 단순한 김대희식 언어유희 3단논법으로 풀어보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바꾸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이동흡 지명하겠지. 열받아 떠들면 뭐하겠노? 이동흡 낙마했다고 기분 좋아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김용준 지명하겠지. 김용준 사퇴하면 뭐하겠노? 인수위원장 그대로 두고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또 “욕하면 뭐하겠노? 감방에서 풀려난 친구들과 소고기 사묵으면 그만이지.”

새 정치는 무슨, 돌고 도는 정치, 도돌이표 풍경이다. 법과 원칙, 잘 모르겠다. 이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른 사면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의 정치코드도 법과 원칙이다. 박 당선인은 “99%의 공무원이 깨끗해도 1%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민은 공직사회 전반을 불신하게 된다”고 했다.

공금을 쌈짓돈처럼 자신의 통장에 넣어 쓰고 해외출장 때마다 부부동반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총리 후보직을 자신사퇴하는 바람에 부동산투기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1리터 깨끗한 물에 한 방울이라도 오물이 섞이면 마실 수 없다”는 박 당선인의 발언대로라면 두 사람은 순도 100% 청정샘물이어야 한다. 두 사람이 법의 안정성을 지키고,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한다면, 국민 99%는 그냥 소고기 계속 사먹고 동맥경화 걸려버린다. 여론이 이렇다는 말이다. 자신의 행동에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게 통치자의 길이다. 반대는 “남이 하면 불륜, 자신이 하면 로맨스”다.

정권 인수위원회 한 달, 감동은 부족했다. 소화불량의 체감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해봤는데’와 ‘내가 가봤는데’, ‘전봇대’와 ‘손톱 밑 가시’ 정도의 차이다. 현장중심형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봐’라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비슷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결국 다중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박 당선인은 국가와 결혼했다고 했다. 윤여준 씨는 이런 박 당선인에 대해 “국가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충고했다. 국가가 절대선으로 군림하는, 통치자가 곧 국가라는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조언일 것이다. 내가 위임한 권리를 왜 뭣대로 행사하느냐는 시대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깨알같이 적어놨다는 수첩은 공적인 시스템에 접목될 때 집단지성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 수첩은 이제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에게 공개돼야 마땅하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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