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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그래도 도덕성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 결렬로 ‘가혹한 검증’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철학이라는 본질보다 도덕성만 지나치게 따지는 지금의 청문회 방식이라면 아무도 일할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까지 나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박 당선인은 30일 “인사청문회 과정이 일할 능력 검증보다는 죄인 심문하듯 신상털기에 치중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며 최근 인사 사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랏일을 맡을 역량과 국가관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본연의 취지는 아예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재산 형성과정과 병역,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후보자의 도덕적 흠집 찾기에만 혈안이다 보니 누구든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실제 각료급 고위 공직을 제안받은 한 대학 교수는 가족들의 강한 반대에 뜻을 접었다고 한다. 특별한 도덕적 결함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수십년 전 논문까지 파헤치는 무차별적 신상털기를 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들까지 검증의 도마에 올라 고초를 겪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다. 집권 세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낙마를 유도하는 정치적 청문회도 문제다.

그렇다고 도덕적 문제를 소홀히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직 수행 능력이 뛰어나면 도덕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은 더 곤란하다. 신망을 잃은 공직자가 버젓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재앙이기에 엄격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청문회 방식을 획기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후보자의 사적 영역은 철저히 보호해 주고, 전문성과 업무수행 능력 등 공적 영역은 공개하는 이원화 방식이 그 기본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인사 검증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백악관 인사팀과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이 우선 후보자에 대해 정밀 검증을 하고 이와는 별도로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 등 정부기관이 함께 확대경을 들이댄다. 이를 통과해야 비로소 전문성과 국정 철학 위주의 검증인 의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것이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개인의 사생활도 철저히 보호해주면서 당사자의 역량도 점검하는 시스템이다. 정치권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면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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