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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로마가 될 것인가, 나폴레옹이 될 것인가 … 삼성의 숙제 ‘사방의 적’
[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애플, 소니, 노키아, LG, 파나소닉, AOU, 샤프, 지멘스, 월풀, 보쉬, 인텔, TSMC … .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들이다. 삼성전자가 전자업계 거의 전 부분에서 글로벌 선두권에 오르면서 경쟁해야할 상대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캐논, 니콘 같은 카메라 회사들도 삼성을 주시한다. 자동차 업계에서조차 ‘한번은 승부를 낼 상대’로 삼성을 꼽는다. 이쯤되면 ‘사방의 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삼성이 ‘수직계열화’로 무장한 초강력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파트너에 가깝던 회사들 조차 태도가 달라졌다. 퀄컴 회장은 얼마전 삼성의 새 AP인 ‘엑시노스(Exynos)5 옥타(Octa)’를 두고 ‘쓸데없는 평’을 했다 구설에 올랐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낌새다. LG와의 협력관계도 강화했다.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 게임’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준 1등 공신이 삼성전자라는 사실은 잊은 모양이다.

최근 들어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넓어진 전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두고 승부를 벌인 애플은 애초부터 삼성의 상대가 아니었다. 애플은 시장선도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이익규모와 이익율을 지키는 게 목표인 회사다. 생산경쟁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가장 많이 팔아야 하는 삼성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런면에서 앞으로의 경쟁자들은 ‘머리만 가진’ 애플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삼성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이건희 회장은 일찌감치 2011년에 “전세계 기업들의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불굴의 기업이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벽을 수차례 부수어 왔고, 안팎의 수많은 상대들과 싸워 이기는 ‘전술적 강인함’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원이 다른 상대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싸움을 벌여야 할 지 모른다. 무작정 적을 만들기 보다는 파트너쉽과 공생관계를 만드는 슬기가 필요하다.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해서 적을 줄여야 한다.

전선을 넓혀서 이긴 사례는 역사에서도 찿아보기 힘들다. 적수가 없던 히틀러는 미국의 참전에 백기를 들었고, 유럽재패를 목전에 뒀던 나폴레옹도 결국 러시아와 등을 지면서 천운이 다했다.

‘팍스로마나’를 구가하던 시절의 로마 정도가 답이 될 수 있다. 옥타비아누스는 스스로를 ‘로마 제 1의 시민’이라 낮춰 불렀고, 각 점령지는 로마의 친구로 대접받았다. ‘로마가 될지, 나폴레옹이 될지’ 삼성이 답을 내놔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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