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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장만석> 건설공사, 이제 합리적인 접근을
공사 품질·최소한의 이윤 보장
정부, 건설비용 예산에 반영
건설사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한국 후진적 건설환경 개선 첩경



건설은 한국이 IT, 자동차와 함께 세계에 자랑할 기술임에도, 국내에서는 폭리와 비리의 대명사로 전락해버렸다. 한 건만 잘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건설업체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전국에 10만6900개나 된다. 그러나 일부 대형 건설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은 영세하다. 2011년의 경우 한 해에 1건의 공사도 하지 못하는 업체가 전체의 16.6%나 된다. 그래서 공사를 수주해 살아남기 위해 청탁도 불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왜 국내 건설 환경은 유독 지저분할까? 국내 공사 시행 방식의 후진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실제 투입된 공사비를 기준으로 작성된 실적 공사비를 적정 공사비로 간주해 입찰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체 간 경쟁을 통해 대형 공사(300억원 이상, 최저가 낙찰 방식)는 대략 적정 공사비의 72% 전후에서, 소형 공사(200억원 이하, 적격 입찰 방식)는 적정 공사비의 80~85%에서 낙찰되도록 하는 정교한 낙찰 구조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그 결과, 소형 공사는 낙찰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소 이익이 남을지 모르나 하도급이 많이 이뤄지는 대형 공사는 적정 공사비의 72% 전후에 낙찰되니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경우 이윤(9~10%)을 포기하더라도 계산상으로는 약 18% 전후의 손실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토건국가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대규모 사업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 폭리를 추구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 공사를 해도 손해만 나는 현 입찰제도를 초래했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SOC 사업은 그리 많지 않고 투입할 재정적 여유도 크지 않다. 건설업은 여전히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고, 파생되는 내수 시장도 크므로 버려둘 수도 없다. 이제는 건설공사도 제조업과 같이 성실히 일하면 일정한 이익이 창출되는,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래서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정부는 건설공사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선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감이 늘어나기는커녕 열심히 일하더라도 갈수록 손실만 커지는 악순환 속에서 건설사들의 도산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종사자들은 우울하고 불안할 뿐이다. 이제는 건설업도 사업인 점을 감안해 정부도 참여 업체가 안정되게 경영할 수 있도록 공사 품질과 사업 경영을 고려한 최소한의 비용을 예산으로 계상해줘야 한다. 계상되는 예산이 공사의 충실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예산 추정 근거를 엄격히 해 담당 공무원이 임의로 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편성된 예산이 공사의 충실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비용인 점을 고려하면 이 비용에 가장 근접하는 업체로 하여금 공사하도록 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현재의 입찰 시스템도 이러한 원칙 아래 리모델링돼야 한다.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줘야 한다.

반면 정부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는 부당한 방법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사 건별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부당한 이익은 세금으로 환수하는 등의 미시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무리한 설계 변경 유혹에서 벗어나고,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하도급을 주는 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낙찰 후 손해 보는 공종을 무리하게 하도급자에게 떠넘길 수 없도록 일정 비율 이하로 입찰하는 공종은 건설사가 직접 공사를 하거나 아예 하도급 공사를 하는 전문 공사업체와 공동 입찰해 전문 공사업체가 해당 공종을 공사하는 ‘주계약자 공동 도급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하도급자 보호뿐 아니라 무리한 덤핑 입찰로 건설사가 부실하게 되는 원인을 방지할 수 있고, 하도급 선정 관련 비리도 상당히 근절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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