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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 초현실속 ‘격동기 프라하’ 는 어떤 色일까
덕수궁미술관 25일부‘터‘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展
포비즘·큐비즘 대표 쿠프카·필라 등
작가 28명 그림 107점 대규모 전시

1905~1943년 혼란스런 사회모습
자유분방한 붓터치로 추억·낭만 묘사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도시다. 해마다 많은 한국인이 프라하 곳곳을 누빈다. 하지만 프라하국립미술관을 관람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체코 미술에는 별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화예술에도 편식이 심한 편이다. 새해 들어 체코 근대거장의 작품전이 열린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라하국립미술관이 보유한 대표작을 소개하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체코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을 오는 25일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막을 올린다. 전시에는 1905년부터 1943년까지 체코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화가 28명의 그림 107점이 나온다. 체코 작가의 작품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으로, 격동기에 예술혼을 꽃피웠던 체코 근대화가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다.

체코는 슬라브, 보헤미아의 고유한 민족문화를 바탕으로 많은 작가가 일찍부터 빈, 파리와 교류하며 문화적 역량을 키웠다. 그 수준이 꽤 높아 동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다. 1차 세계대전 후에는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며 정치사회적으로 격변기를 거쳤으나 체코 화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끝없이 자문하며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쏟아냈다.

이번 전시는 ▷근대적 표현의 모색(1905~1917) ▷새로운 나라, 새로운 표현(1918~1930) ▷상상력의 발산(1931~1943) 등 3부로 꾸며진다. 그중 프란티셰크 쿠프카(1871~1957)와 에밀 필라(1882~1953)가 대표 주자다.

쿠프카는 빈, 파리에서 활동하며 비구상에서부터 추상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들로네, 마티스, 피카소와 교류하며 포비즘(야수파), 큐비즘(입체파)을 모색한 그는 체코 미술을 유럽에 전파했다. 서울 전시에 쿠프카 그림은 11점이 출품된다. 고대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를 상징주의 기법으로 소화한 ‘가을 태양연구’(1906)와 가난했던 파리 유학 시절에 만나 일평생 화가의 뮤즈가 됐던 아내에게 바치는 ‘부부 초상’(1908)을 만날 수 있다. 

서유럽 위주로 편식했던 세계 근대 미술의 감상 폭을 넓혀줄 체코 근대 거장들의 작품이 한국에 온다. 사진은 프란티셰크 무지카의 1922년작 ‘세 자매’ (82×65㎝ㆍ캔버스에 유채). 짜임새 있는 표현주의적 양식을 엿보게 하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연극적이다.                                                                                                              [사진제공=덕수궁미술관]

1910년대에 등장한 ‘체코 큐비즘’은 독특하고 혁신적인 형태와 조형어법으로 체코 근대미술에 확고한 영역을 수립했다. 이번 전시에 내걸리는 에밀 필라의 ‘아침’(1911)이 대표적 예로 ‘체코 큐비즘’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1918년 체코공화국이 들어선 이후로는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각종 아방가르드 미술이 시도됐다. 낙천적이고 유희적인 접근이 이뤄졌는가 하면, 진지한 사회주의적 그림과 풍경화, 여성 누드도 쏟아졌다.

밀로슬라프 홀리의 ‘노부인의 초상’은 프라하 슬럼가 기층민을 그린 그림이다. 홀리는 자신이 목격한 일상을 표현주의적 색채와 명료한 형태감으로 그려냈는데, 테이블에 두 손을 포개고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굳게 다문 입술에서 건강한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시대의 기록으로서의 사회주의적 미술의 한 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1930~1940년대 체코 작가들은 인간성 회복, 자유를 외치며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난, 감성적이고 자유분방한 작품을 추구했다. 추상미술도 본격화됐다. 이들의 상상력 넘치는 초현실주의 회화는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초래한 정치사회적 상황을 은유해 주목된다. 전시는 오는 4월 21일까지.

yrlee@heraldcorp.com


▶프라하국립미술관은?=1796년 보헤미아 귀족과 계몽주의 지식인들이 설립했다. 체코 큐비즘을 전시하는 ‘검은 성모의 집’, 20~21세기 미술을 다루는 벨레트르츠니 궁전 등 분관이 6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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