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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계사년은 나의 해, 77년 동갑내기 뱀띠들의 이야기…
뱀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게 만들고 두려운 존재, 간사하고 간교한 동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영민한 동물, 지혜의 상징이자 민간에선 집안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도 여겼다. 흰 뱀을 보는 것은 길조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2013년 계사년 뱀의 해, 공연계 뱀띠들은 어떤 한 해를 보냈을까. 뱀보다 길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용의 해를 보낸 이들이 드디어 때를 만난 듯 하다.

1977년 뱀띠 해에 태어난 이들, 서른 중반에 접어든 이들 세대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성장동력이라면 공연계에서도 젊음과 완숙미를 모두 갖춘 세대다.

배우 진선규와 최성원, 뮤지컬 음악감독 원미솔, 77년생 동갑내기 뱀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한 해 모습을 기대해 봤다.


▶한 해 7~8개 작품, 지치지 않는 뮤지컬 열정=약속시간에 늦었다며 정신없어하던 원미솔 감독은 이내 발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대에선 지휘하는 엄격한 음악감독일지 몰라도 무대 밖에선 명랑함, 유쾌함이 더 어울리는 소녀 감성의 웃음 많은 사람이다.

2006년 2월, 원미솔 감독은 ‘지킬앤하이드’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섰다. ‘지킬앤하이드’의 첫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 젊음이 과욕을 불렀던걸까. 원미솔 감독은 “당시 편곡을 너무 많이 했었다는 게 문제였다”고 했다.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장소에서 ‘지킬앤하이드’로 한 해를 새롭게 시작했다.

“똑같은 장소에서 다시 공연하니 감회가 남다르죠, 똑같은 앵콜 공연을 하더라도 완성도를 향한 노력은 계속돼요. 음악감독은 조율사, 소통하는 사람인데 소통은 OX퀴즈도 아니고 끝없이 찾아가야 해요.”

1999년 서울뮤지컬컴퍼니의 ‘락햄릿’이란 작품으로 뮤지컬을 시작한 원 감독은 무대에 선 지 올해 15년차를 맞았다. 한 해 뮤지컬이 20개도 올라가지 않던 시절, 반주자 오디션에 합격해 첫발을 내디뎠고 한 해 200여 편이 넘는 뮤지컬이 공연되는 요즘, 국내에서 몇 안되는 손꼽히는 뮤지컬 음악감독이 됐다.

지난해 역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그리스’, ‘락오브에이지’, ‘전국노래자랑’, ‘닥터지바고’, ‘스트릿라이프’, 연극 ‘나쁜자석’ 등 7편의 작품을 맡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신작이면 다 소화를 못했을 거예요. 신작은 새로운 도전이어서 좋고 앵콜은 저의 조그만 성장을 되돌아 볼 수 있어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죠.”

그는 지난해 직접 작곡한 작품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편곡도 있고 장르도 다양해서 많은 것을 도전해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소회했다.

‘지킬앤하이드’가 시작을 끊었지만 올해 역시 준비해야 할 작품들이 많다. 김광석의 곡으로 구성한 뮤지컬 ‘그날들’과 드라마로 먼저 큰 인기를 얻었던 ‘해를 품은 달’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에서 공연하는 ‘카페인’을 비롯 해외진출과 뮤지컬과 연극 외에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도 해야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낫겠죠”라며 그가 꼽은 뱀과 비슷한 성격은 “15년 경력의 눈치”였다. 젊은 나이에 뮤지컬 음악감독을 시작해 ‘성장’과 ‘실력’이라는 두 단어에 얽매어 살아야 했던 그의 15년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원 감독의 새해 계획은 놀랍게도 ‘새로운 창작에 대한 도전’과 ‘연애’였다. “연애 쉰 지 한 1년 됐다”며 “일만 해서 짝이 없는게 아니라 짝이 없어 일만 하게 된다”며 거침없이 진심섞인 농담을 쏟아냈다.

공연 중에도 몇 장씩 A4용지에 메모를 한다는 원미솔 감독.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건넨 인사는 “무병장수하고 오래오래 사십시오”였다.


▶선한 모습, 변신이 필요해…드라마, 뮤지컬로 잠시 외도 중인 배우 진선규=순박함, 선한 인상, 진선규의 트레이드마크다. 뿔테 안경에 살짝 지어진 눈웃음과 미소는 작품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해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활동을 펼친 그는 드라마 ‘무신’, 영화 ‘개들의 전쟁’, 연극 ‘칠수와 만수’, ‘거기’,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에 출연하며 ‘구렁이 담 넘듯’ 2013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10개월간 ‘무신’을 하며 “카메라 앞에 장기간 오래 선 경험이 오랜만이었는데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객석의 즉각적인 반응이 그리웠던 그는 “놀고와야겠다”는 생각에 ‘칠수와 만수’의 만수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수를 다시 했잖아요. 2007년에 만수를 처음 연기했는데 저랑 너무 비슷하거든요. 애착도 가고 다시하고 싶기도 해요.”

연극 ‘거기’에서의 병도 역도 순수한 시골 청년의 모습. 그러나 오랜만에 ‘리걸리 블론드’로 다시찾은 뮤지컬 무대는 에밋이란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변신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하버드가고 다른 사람들 놀때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에밋으로 그와 흡사하게 만들었다.

학교 다닐때도 연기 활동을 했지만 ‘리걸리 블론드’와 한해를 같이 시작하는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2004년 그가 프로로 무대에 선 첫 작품이다. 얼기설기 빈 구석이 많은 초고를 가지고 어떻게 채워볼까 하다 아카펠라와 움직임으로 채워만든 공연이었고 그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올해로 10년차 프로 배우가 된 그는 “성실은 당연한 것, 2013년엔 나쁜 이미지의 등장인물을 해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들이 좋은 배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은 배우”라며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배우’라고 쓰인 휴대전화를 보여주던 그는 3월, 곧 아이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는다. 그러고보니 아이와는 동갑인데 띠동갑이다.


▶내년은 한층 더 거듭나는 한 해, 배우 최성원=지난해 ‘어쌔신’의 쥬세피 장가라 역을 맡으며 뱀띠의 해를 시작한 최성원의 기대와 각오는 남다르다.

“한 해 기를 받아 잘 보낼 것 같단 기대는 물론 크다”며 “지난 2~3년간 내외적으로 좀 힘든 시기였지만 올해를 위해 몸을 추스리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우로서 한층 더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의지가 엿보인다.

‘어쌔신’과 함께 보낸 2012년은 어떨까. 고음인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목에 무리도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 한 해라고 평가한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보다 연기에 깊이가 더해진 한 해였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지 못해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하는 주세피 장가라라는 엉뚱한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상황은 엉뚱하지만 미국 이민자들의 핍박과 설움을 드러내려면 노래보단 연기에 더 치중해야 할 터이다.

다른 배우들보다 암기력이 빠른 것 같다는 그. 뱀의 해를 맞았으니 사악한 존재의 의미보다 영민한 뱀의 모습이 닮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 한해엔 전에 했던 작품이 영화화되며 영화 출연도 준비중이다. “무대에선 감성을 자극해서 펑펑 울수있는 작품과 무척 밝고 재밌는 상반된 두 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의 한 해 소망 역시 원미솔 감독과 비슷하다. 연애와 결혼, 더불어 뱀 띠 아이까지.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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