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글라스, 무색투명한 잔에 적나라하게 보이는 올리브 하나, 진과 베르무트를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다양한 마티니가 만들어진다.

300여가지가 넘는 마티니, 무엇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마티니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무얼 섞어도 잘 맞아떨어지는 비율의 마티니 같은 밴드,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사진)가 3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의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 2010년 3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핑크 마티니는 1994년 하버드대학 출신 토머스 로더데일과 차이나 포브스가 결성한 12인조 월드뮤직 밴드다. 무엇이든 다 담길 것 같은 이 그룹, 월드뮤직 밴드라는 이름에 맞게 클래식, 재즈, 보사노바, 칸소네, 삼바, 심지어 엔카까지도 소화하는 그룹이다.

로더데일은 하버드 재학시절부터 종종 무대에 서기도 했으나 졸업 후엔 포틀랜드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포브스는 오프 브로드웨이와 TV배우로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포틀랜드에서 활동하는 클래식, 재즈, 라틴 연주자들을 모아 핑크 마티니를 결성했고 1997년 앨범 ‘심퍼티크(Sympathique)’를 발매, 동명의 타이틀곡 ‘심퍼티크’가 프랑스 시트로앵 자동차 광고에 쓰이며 인기를 얻었다.

같은 해 칸 영화제에서 있었던 ‘에이즈 연구를 위한 돕기 위한 경매’에서는 배우 샤론 스톤이 이들의 음악을 듣고 무대에 올라와 춤을 추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

핑크 마티니의 매력은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갖고 있다는 점.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로더데일, 포브스를 비롯해 트럼펫의 개빈 본디, 트롬본의 로버트 테일러, 퍼커션ㆍ콩가ㆍ드럼의 브라이언 라번 데이비스, 데릭 리스 등이 지난 2011년 발매한 베스트 앨범 ‘어 레트로스펙티브(A Retrospective)’ 수록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빈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