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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중일의 ‘긍정 리더십’ WBC 우승 전설을 쓴다
류현진 등 주축 불참하지만
대체자원 구상 발빠른 행보
고강도 훈련으로 선수들 채찍
세계무대서도 성공가도 시험
3월 대표팀 잇단 승전보 예감




류중일 삼성 감독은 실패를 모른다. 90년대 삼성의 스타 플레이어에서 2000년 코치로 변신한 뒤 2011년 마침내 감독이 됐다. 그리고 그해 초보감독 류중일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데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삼성을 이끌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영광을 빼놓지 않고 누린 류 감독은 이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란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성공가도를 시험한다. 야구도 축구처럼 전임 감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펼치기도 했지만 규정이 바뀌지 않자 군말 없이 기꺼이 주어진 책임을 받아들었다. 앞선 1, 2차 대회에선 김인식 감독을 모시고 4강과 준우승을 거뒀다. 당연히 그의 눈높이는 우승에 맞춰졌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번 대회 1차 예비 엔트리 가운데 무려 6명이나 부상과 팀 사정 등의 이유로 빠졌다. 류현진(LA다저스), 김광현(SK), 봉중근(LG), 추신수(신시내티 레즈) 등 하나같이 대표팀의 주축들이다. 특히 국제 대회마다 한국에 승리를 안긴 ‘좌완 트리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의 이탈은 뼈아팠다.


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류 감독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감독마저 흐트러지면 선수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걸 류 감독은 잘 알고 있다. 주요 선수가 없다는 볼멘 소리로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은 대표팀 감독이란 중책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할 것까지 대비해 대체 자원까지 미리 구상해놨다며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류 감독에게 차우찬(삼성), 장원준(경찰청), 손아섭(롯데) 등은 누구를 대신해 뽑은 선수가 아니다. 조금 늦었을 뿐 원래 있어야 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준 셈이다. 자칫 퇴색될 수도 있었던 태극마크의 자부심은 류 감독의 미소 속에 되살아났다. 류 감독은 “대표팀 합류를 조금이라도 꺼리는 선수를 억지로 데려가는 것보다 기꺼이 뛰고 싶은 선수들과 WBC에 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며 대표 선수들의 명예를 드높였다.

이제 남은 것은 우승을 위해 순항하는 것. 류 감독의 선택은 강도 높은 훈련이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은 전술훈련과 실전 감각을 익히기에 치중한다. 류 감독의 머릿속엔 WBC뿐 아니라 바로 다음에 이어질 정규시즌까지 포함돼 있다. WBC가 3월에 막을 여는 탓에 선수들이 정규시즌엔 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WBC 후유증’이다. 여유를 갖고 몸을 만들 시기에 실전을 준비하는 것은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류 감독은 다음달 12일부터 주어진 보름간의 훈련기간 동안 대표 선수들에게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것만큼의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시킬 작정이다. 체계적인 준비와 훈련을 위해 트레이닝 파트를 2명으로 운영할 수 있게 요청했다. 코치들에겐 대표팀 선수를 자신의 소속팀 선수라고 생각하고 강하게 훈련시킬 것을 주문했다. 류 감독 스스로 수비 코치처럼 직접 펑고를 치기로 했다.

막판까지 선수들의 몸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훈련캠프가 차려질 대만에서 현지 프로팀과 2차례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또 그쪽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NC다이노스와도 서너차례 맞붙을 계획이다.

류 감독은 네덜란드 호주, 대만과 맞붙는 본선 1라운드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자신한다. 문제는 일본, 쿠바와 격돌할 2라운드. 류 감독은 전력이 다소 약하다는 현실은 받아들이면서도 “단기전은 변수가 많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단 류 감독의 출사표엔 벌써 승전보가 적혀 있는 것 같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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