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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완득이’ 사랑 한가득, 유쾌함ㆍ즐거움이 가득
킥복싱 경기장에 완득이가 쓰러져 있다. 링 위에서 그가 기도하는 건 ‘일어나도록 힘을 주세요’가 아니다. ‘똥주 선생을 죽여주세요’다. 사랑을 몰랐던 철없는 소년의 투정이다.

사랑받지 못한다 느꼈지만 사랑받고 살았던 아이,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소년 완득이의 이야기가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도 감동을 전하고 있다.

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완득이’는 등이 굽은 꼽추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춘기 소년 완득이가 겪는 성장이야기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학교 문제, 밑바닥 인생을 사는 궁핍한 삶 등 담고자 했다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주로 주변과 가족의 사랑, 완득이의 성장 과정을 유쾌하고 즐겁게 다뤘다.


그 속에서 잔잔한 감동이 배어 나온다.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완득이 정원영이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향기를 느끼며 ‘엄마 향기’를 부르는 순간 그의 눈에서는 고인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머니를 찾아준 똥주 선생님, 운동화를 사들고 찾아온 어머니, ‘조폭 꿈나무’를 ‘킥복싱 꿈나무’로 만들어준 체육관 김관장, 킥복싱을 하도록 인정해준 아버지, 친구 윤하의 관심, 이 모든 것이 완득이가 몰랐던 사랑이었다.

심각함과 진지함을 유쾌함으로 바꿔주는 건 똥주 선생님, 이웃집 씨불놈,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등이다. 똥주 선생님을 연기하는 서영주는 심각하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평등한 처우를 논하면서도 씨불놈과 티격태격하며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이정수는 신(神)이 됐다. 그런데 그 신이 백색 장화에 어깨가 툭 튀어나온 흰색 상의와 통이 좁은 흰색 바지를 입고 흥겹게 몸을 흔들고 랩을 하니 독특하다. 동시에 이정수가 이웃집 씨불놈을 연기하며 똥주샘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면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두 사람이 집 발코니에서 서로 마주보며 언쟁하며 싸우는 모습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포스터를 정반대로 보는 느낌이다.

김관장에게 뺨맞고 킥복싱하다 맞고, 완득이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돋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알리 하산의 감초같은 역할이 살아나지 않는 점은 사뭇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촌과 완득이네 2층집, 새벽 가로등과 신발가게, 무대는 정겹고 아기자기하다. 무대에 등장하는 완득이 아버지의 티코는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재밌는 볼거리. 솔리드의 김조한과 동물원의 박기영이 작곡한 대중적인 곡들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7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개관작이다. 오는 3월 23일까지 공연하며 티켓 가격은 1층 5만원, 2층 3만원. 이 정도면 다른 뮤지컬에 비해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만한 창작 뮤지컬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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