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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은 ‘형님 리더십’ SK를 깨우다
선수들 맞춤형 지도로 조직력 진가…감독 첫해 단독선두 돌풍
10년간 PO진출 단 한번뿐인 프로농구 하위팀 체질개선



파랑새는 집 안에 있었다. 누구도 부럽지 않은 재력과 최고의 훈련시설을 갖추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그렇게도 힘들었던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한을 풀어줄 인물은 팀안에 있었다.

바로 선수시절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쳤던 ‘람보슈터’, 문경은(41) 감독이다. SK는 올 시즌 내내 선두를 질주하고 있으며, 27일 열린 KGC전에서 5연승이자 홈 9연승 행진을 달리며 10개 팀 중 가장 먼저 20승(5패) 고지에 올랐다. 선수진도 포지션별로 짜임새가 있고, 팀 컬러에 맞는 용병과 트레이드로 얻은 용병 모두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런 적이 올해뿐은 아니었으니 선두 질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문 감독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시절 전성기를 구가한 문 감독은 인천 전자랜드를 거쳐 2005년 SK로 이적해서 5년간 뛰었다. 나이도 많았지만, 이 5년간 문경은은 전성기때 상상도 못했던 벤치멤버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다. 이후 전력분석 코치-2군감독을 거쳐 지난해 감독대행을 맡았고 올시즌 대행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됐다.

우리나이 마흔에 감독이 된 문경은. 다른 이들에 비해 코치 경험이 적어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경은은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선수들, 특히 SK 선수들에게 볼 수 없었던 DNA를 만들어냈다.

SK는 99~2000시즌 우승 이후 우승이 없다. 2002년 이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도 단 한번. 지장 용장 덕장 등 이름있는 감독들과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 NBA 경력의 용병도 무수히 거쳐갔지만 성적은 요지부동이었다.

문경은 감독은 이런 체질을 분명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문 감독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선수와 코치시절을 거치면서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라고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선수 한명 한명에게 룰을 정해줬고 이것이 선수들을 달라지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감독의 룰이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파워넘치는 포워드 김민수라면 ‘상대에게 슛은 줘도 좋지만 골밑은 절대 뚫리지 말라. 도움수비는 하되 리바운드를 잊지말라’는 식이다. 가드나 센터에게는 또 다른 주문을 했다. 놀라운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를 체화(體化)해 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문 감독은 “수비에서 집중력있게 해주면 공격은 가능한한 자유롭게 하도록 한다. 이때문에 수비에 성공하면 속공도 잘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즐거운 공격을 위해 힘든 수비를 기꺼이 해낸다. SK 돌풍의 밑천인 ‘드롭존 디펜스’는 신바람난 선수들로 인해 더욱 공고하다.

SK의 현 주축멤버는 신인과 고참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인들은 지난해 감독대행시절 문 감독과 함께하며 자신들이 향후 팀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지지를 받았다. 분골쇄신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박상오 김동우 주희정 등 우승경험이 있는 고참들이 풍부한 경험을 전염시키면서 선수들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출장기회가 줄어드는 고참선수들이 ‘식스맨’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일이었다. 문 감독은 “내 경험을 얘기해주니까 받아들이더라. 내가 SK에서 뛴 5년간 오더에도 못들거나 5분도 못 뛴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지만, 짧지만 내게 주어진 몫을 완벽히 하자고 마음먹으면서 안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문 감독은 대행 시절 ‘형님감독’으로 불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땀 흘리고 샤워하던 선배선수였으니 선수들도 격의 없이 대했고, 문 감독 역시 선수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까워지는데 힘썼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숙소에서는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경기장에서는 웃음을 줄이고 냉정하려고 애쓴다. 선수들도 이를 잘 받아들인다. 대신 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기 위해 밝은 색 양복과 넥타이를 자주 골라 입는다. “선수들이 벤치쪽을 봤을 때 밝은 이미지가 있는게 좋을 것 같아서, 다른 감독보다 밝은 색을 많이 입게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 자신의 지도스타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문 감독은 “굳이 말하자면 맞춤감독? 개인교수형인가”라고 말한다.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에 초점을 둔 지도방식이다. 안되는 부분을 되게하려 애쓰지 않는다.

스타선수에서 벤치워머로, 초보감독에서 돌풍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문경은. 농구팬들은 다시 그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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