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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에도 뛰는 노병들, 그들의 뜨거운 승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마지막 투혼’이라고 불러도 좋다. 노익장을 과시한다고 해도 좋다. ‘베테랑’이라는 멋진 말 대신 ‘노장’이라는 씁쓸한 수식어를 붙이면 또 어떠랴. 누가 뭐래도 그들은 2013년에도 신인 못지않은 열정으로 뜨거운 심장을 불사를 전사들인데.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은 고참들이 다가오는 새해에도 더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나이 마흔을 넘긴 프로야구의 최동수(41·LG)와 박경완(40·SK), 프로축구의 김병지(42·경남) 최은성(41·전북) 골프의 강욱순(46·MU스포츠) 등이다. 이들 앞에서 ‘은퇴’를 입에 올리는 건 실례다. 절정의 실력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살기로 경기장에서 몸을 던지는 그들이 바로 ‘용감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마흔,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최동수는 내년이면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이종범과 양준혁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수 야수가 되는 것이다. 그가 프로에 데뷔했던 1994년에 태어난 심재윤이 올해 LG 신인으로 입단했다. 올해 타율 0.278과 37타점을 기록한 최동수는 내년 시즌도 올시즌과 똑같은 목표를 세웠다. 풀타임 출장에 3할 타율. 2007년 생애 첫 3할(0.306)을 친 늦깎이 타자의 다짐은 무섭다. 

사진=경남FC

박경완은 자타공인 현역 최고의 베테랑 포수다. 1991년 쌍방울에서 데뷔해 올해까지 22년을 뛰었다. 현대와 SK에서 모두 5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수술로 올해 1군에서는 단 8경기에 출전했다. 팀에선 은퇴 후 코치 연수를 제의했지만 이적을 통해서라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우승 청부사’ 박경완에 대한 다른 팀들의 눈길은 여전히 뜨겁다.

‘철인’ 김병지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K리그 역사책’이다. 1992년 현대 호랑이 축구단(현 울산현대)에 입단한 그는 지난 10월 K리그 사상 첫 600경기 출전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시즌 기록한 37경기 44실점은 2010년 35경기에 41실점, 2011년 33경기에 44실점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김병지는 “앞으로 3년은 더 뛸 수 있다”고 밝혔다. 골키퍼 최은성도 올시즌 대전에서 전북으로 옮겨 마흔 넘은 나이에도 신인처럼 설레는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1989년 프로데뷔해 내년이면 꼭 25년째를 맞는 백전노장 프로골퍼 강욱순(46·MU스포츠), 프로야구의 류택현(41·LG)과 송지만(39·넥센), 프로농구의 서장훈(38·KT), 프로배구의 방신봉(37·KEPCO)이 여전한 실력에 노련미를 더해 후배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힘에 부치면? 미련없이 은퇴한다=모 야구게시판에서 LG팬들은 내년 시즌 최동수의 주전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다 이내 이런 결론에 도달하고 고개를 주억인다. “이러다 또 시즌 들어가면 허허 웃으며 자기 몫 다 하고 주전 꿰차고 앉아 계실 분이잖아.” 노장들의 목표는 어느 유제품 광고처럼 ‘생명연장의 꿈’이 아니다. 가느다란 호흡으로 단순히 선수생명을 연장시키는 건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젊은 후배들과 치열하게 부딪히고, 그렇게 해서 패한다면 한 점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겠다는 각오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동수는 “이번 겨울은 더욱 책임감이 많이 든다. 실력으로 더 보여줘야한다는 마음에서다. 젊은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 선배가 되고 싶진 않다”고 했다. 김병지 역시 “선수는 나이나 이름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올시즌 한국프로농구 최초로 1만3000득점 고지를 밟은 서장훈은 “남들 시선이 아닌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그리고나서 당당하고 깔끔한 은퇴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불혹의 나이 마흔. 운동선수 나이로 치자면 2030보다 5060에 더 가깝지만 이들이 새해 만들어낼 가슴 벅찬 승부와 땀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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