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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미가 그린 평범하지만 무성함을 꿈꾸는 식물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이 풍경화, 좀 색다르다. 화면 하단에는 원색의 건물이 수평으로 늘어서 있고, 그 위로 무성한 수풀이 검게 그려져 있다.
서양화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박상미(36)가 전통기법으로 그린 한국화다. 한국화라면 여백이 있을 법한데 그의 그림은 여백이 없다. 대신 화려한 색채와 꽉 찬 수풀이 등장해 묘한 불균형을 선사한다.

지난 2006년 한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래 한국화의 새로운 미감을 형상화해온 박상미가 개인전 ‘scene_장면(場面)’을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데뷔 이래 식물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해와 ‘식물작가’로 불리는 박상미는 이번 전시에도 예의 식물 연작을 내놓았다.


그는 ‘부각되지 않는 식물’, 그럼에도 ‘무성함을 꿈꾸는 식물’이 곧 자신처럼 별로 내놓을 건 없지만 나름의 꿈을 키워가는 평범한 현대인들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박상미는 주인공인 식물을 검고 어두운 색조로 그린다. 대신 화분이며 집들은 눈을 찌를 듯한 원색이다.
강렬한 원색의 화면으로 이뤄진 작품들은 장지에 수묵과 분채로 그린 한국화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여백 또한 없어 더욱 그렇다. 여백에는 무성한 나무와 식물이 채워져 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무채색의 무성한 식물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작가는 “대학을 나와 막막한 심정으로 길을 걷던 어느날 도심 보도블럭 사이에서 피어난 이름모를 잡초를 보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화면에 식물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식물들을 유독 무채색으로 덤덤하게 그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무채색 식물은 녹색을 입을 수도 있고, 빨간색을 입을 수도 있으니 사실은 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아닌가? 지금의 나는 하찮을지라도 앞으로 더 무성해질 수 있고, 더 밝은 색을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지금 현실의 것이 아닌, 잠재된 것에 더 끌린다는 것이다.


작가는 두꺼운 장지에 수묵으로 드로잉을 한 다음 그 위에 분채를 여러번 칠해 두껍게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단 수묵으로 그린 식물에는 색을 입히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
식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일종의 치유처럼 느껴진다는 박상미의 작품전은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 02-730-781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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