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시나위 예찬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시나위는 굿 음악에서 시작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욕망이 공존하는 제의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시나위는 살아있는 음악이예요. 자신의 본질을 드러낼 수박에 없기 때문에 영성적인 영혼이 있는 음악입니다.”

오케스트라가 악보를 던졌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케스트라란 정형을 탈피, 해체작업에 나섰다. 그 해체와 결합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그는 ‘시나위 프로젝트’를 통해 악단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새로운 발상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자 한다. 이런 작업은 악단 역사상 처음이다.

16일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시나위 프로젝트 1’로 도전의 첫걸음에 선 원일 감독을 13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원일 감독은 오케스트라를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는 “부속들을 기름칠하고 전면적으로 재조립하면 전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활동성 좋은 차가 되듯이 원래의 모습을 다시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왜 관현악단이 악보가 없는 시나위를 선택했을까. 그는 시나위가 가진 ‘자기다움’의 발현과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했다. 기계적으로 악보를 보고 연주하기보다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고 스스로가 선택한 음악을 통해 고유 악기와 음악가가 지닌 아름다움을 되찾자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이 회복된 단원들이 다시 모이면 악단 전체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원일 감독은 원래 전통음악의 미래가 관현악단일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예술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단 가능성을 보고 바람곶 팀으로 음악활동을 하면서부터 생각했던 시나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관현악은 지휘자에게만 전적인 권한이 있어요. 파트 악보론 나무밖에 보질 못하고 지휘자만 전체를 보죠. 근대 이후 서양음악이 들어오면서 생긴 현상이고 원래 전통음악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

개별적인 존재가 가치를 갖는다는 시나위의 사상은 원일 감독이 꼽은 매력 중 하나였고 예술감독 부임 이후 노조 문제, 감독 선임 지연 등 여러 어려움에 겪고 있던 단원들을 의식적으로 도발하고자 했다.


처음엔 “왜 이런 걸 하느냐”며 단원들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는 단원들 60명과 함께 지리산에 가서 함께 소통하고 그가 생각한 국악계의 문제점과 예술가로서의 인식, 교육에 대한 문제, 악단의 습관, 새로운 창작방법론으로서의 시나위의 개념 등을 그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시나위 프로젝트는 그런 변화의 바람 중 하나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정재일과 카입(Kayip), 허윤정, 한승석, 이태원을 음악감독으로 영입해 4개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대음악적인 난해한 것부터 전통 장단의 변형, 진도 씻김 굿의 재현까지 각각의 무질서를 경험하게 만드는 음악들이다. 그동안 단원들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시도하지 않던 것들을 접하게 되고 4개 팀이 일종의 긍정적인 경쟁심까지 생겼다. 내년엔 미연&박재천 듀오, 임동창 등과 함께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원일 감독은 시나위를 우리음악의 가장 현대적 방식의 음악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는 시나위를 학문적인 수준까지 발전시키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특히 음악을 통해 사회와 공동체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면 이것이 중요한 음악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는 시나위의 가능성을 바람곶 활동을 통해 조금씩 발견했다. 그의 시나위학은 책으로, 세계적인 프리음악 연주자들과의 작업 등 프로젝트의 확대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그 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시나위의 정체성 확립이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