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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준 희망가족 여행기<31>대자연의 경이와 인간의 도전...브라질-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이과수=이해준 문화부장]자연이 만든 최고 걸작품인 이과수(Iguazu) 폭포. 한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어 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각각 1400km 정도 떨어진 밀림지대에 있어 접근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어려운 만큼 이과수를 돌아본 감동은 컸다. 자연의 경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과수 폭포와 멀지 않은 곳의 엄청난 협곡을 시멘트 콘크리트로 막고 만든 이타이푸(Itaipu) 댐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술발전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오만함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과수에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면, 이타이푸에서는 그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주는 어떤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거대한 물의 향연=이과수 폭포는 브라질 중동부 파라냐 주의 고원지대를 흐르는 이과수 강이, 아마존 남부의 저지대를 흐르는 파라냐 강과 만나면서 형성된 폭포다. 두 강의 낙차가 워낙 크고 유량도 풍부해 세계 최고의 장엄한 폭포가 만들어졌다. 원주민 말로 이(y)는 ‘크다(big)’를, 과수(guasu)는 ‘물(water)’을 의미한다. ‘거대한 물’이란 뜻인 셈이다.

이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접경지역에 있다. 두 나라는 이곳을 각각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양쪽을 모두 돌아보아야 한다. 브라질 쪽에서는 폭포의 전체적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반면, 아르헨티나에서는 폭포 가까이 접근해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국경을 넘어 양쪽을 연결하는 버스가 15~20분에 한 대씩 운행한다.


브라질 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과수 폭포. 이과수 폭포는 모두 150~300개의 크고 작은 물줄기로 이뤄져 있는데, 수량에 따라 그 숫자가 바뀌며 낙차는 90~100m에 이른다.

먼저 이과수 여행의 브라질 쪽 기점도시인 포즈 두 이과수(Foz do Iguazu)에서 버스를 타고 폭포로 향했다. 20여분만에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 공원 내부를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셔틀버스를 포함한 입장료는 41레알(약 2만4000원). 셔틀은 입구에 폭포까지 운행하는데, 중간에 내려 원시림 트레킹이나 사파리투어, 폭포 하류의 보트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

숲길을 따라 강 가까이 이르자 지축을 흔드는 듯한 웅장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말로만 듣던 장관이 펼쳐졌다. 수량에 따라 150~300개의 크고 작은 물줄기가 90~100m의 협곡으로 떨어지는 세계 최대 폭포다. 아마존 ‘숲의 신’이 결혼하고자 했던 여성이 전사와 함께 카누를 타고 도망치려 하자 격노해 강을 잘라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폭포다.

폭포는 한 곳에서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탐방로를 따라 산 구비를 돌 때마다 새로운 폭포가 나타나며 풍광이 달라졌다. 폭포 가까이 접근하자 어마어마한 굉음이 천지에 진동했다. 그 소리가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듯했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폭포에서 튀겨나온 포말이 하늘에 소낙비처럼, 안개비처럼, 이슬비처럼 뿌렸고, 햇볕이 반사돼 무지개가 피어났다.


▶‘너의 언어로 폭포를 묘사하려 하지 말라’=이틀 후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u)로 넘어갔다. 국경을 넘는 버스지만, 마치 시내버스처럼 운행됐다. 양국 주민들은 신분증만 보이고 통과하지만, 외국인은 버스에서 내려 출ㆍ입국 도장을 각각 받아야 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나중에 뒤탈을 방지하려면 출ㆍ입국 도장을 꼭 받아야 한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은 셔틀버스 대신 관광열차를 운행했다. 매연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열차를 타고 밀림을 통과하는 것도 운치있는 경험이다. 관광열차는 폭포 아래쪽을 도는 하류 순환코스(Lower Circuit)와 폭포 위쪽을 도는 상류 순환코스(Upper Circuit)를 운행한다. 입장료와 관광열차 비용은 130페소(약 3만2000원)로 만만치 않다.

아르헨티나 쪽의 하류 순환코스에서 바라본 이과수 폭포. 탐방로 구비를 돌아갈 때마다 새로운 폭포가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사진 왼쪽에 브라질 쪽 전망대가 보인다.

먼저 하류 순환코스 열차를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바로 눈 앞에서 어마어마한 물줄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거대한 물의 향연이었다. 기존 개념의 폭포가 아니었다. 물이 가득찬 호수의 한쪽 면이 푹 꺼지면서 무수한 폭포가 만들어져 있는 듯했다. 그 물은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아래의 바위로 수직낙하해 하얀 포말을 일으켰고, 그 물은 다시 그 아래의 심연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내렸다. 폭포 아래엔 작은 섬이 있어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사람을 덥칠 듯한 기세의 물줄기가 코 앞에서 떨어졌다.

1시간여 동안 하류 순환코스를 돌아본 다음 상류 순환코스로 향했다. 상류 순환코스는 이과수의 압권인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을 돌아보는 코스다. 열차를 타고 폭포 상류로 간 다음, 1.5km의 다리를 통해 전망대로 걸어갔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물이 내리꽂히는 ‘악마의 목구멍’은 공포감마저 불러일으켰다. 그 앞의 인간은 나약한 존재였다. 폭포 앞에 시가 적혀 있었는데, “Do not try to describe it in your voice.(너의 언어로 묘사하려 애쓰지 말라.)”라고 노래하고 있었다.

이과수는 격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폭발적인 힘을 주체하지 못해 이곳저곳 우당탕창 부딪히는 젊은 폭포였다. 바위를 비켜 굽이굽이 물길을 내는 한국의 유려한 폭포와 달랐다. 다듬어지지 않은 정렬의 나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닮은 듯했다.

이과수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물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악마의 목구멍’. 아르헨티나 쪽의 상류 순환코스에 있으며,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 듯한 기세로 물줄기가 내리꽂힌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타이푸 댐은 이과수 폭포에서 멀지 않은 파라냐 강 상류에 있다. 브라질이나 파라과이의 이과수에서 2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데, 필자는 브라질 쪽에서 방문했다. 댐엔 2종류의 투어가 있었다. 하나는 겉에서만 보는 1시간짜리 파노라마 투어로 30레알(약 1만7700원)인 반면, 발전시설 내부까지 돌아보는 2시간짜리 스페셜 투어는 56.10레알(약 3만3000원)이다. 지구를 한바퀴 돌아 여기까지 왔으니 속까지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스페셜 투어를 신청했다.

댐 앞에 서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댐 길이가 2.5km, 바위와 모래 등으로 쌓은 둑까지 합하면 총 연장이 8km에 달하며, 높이가 65층 건물에 해당하는 196m로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담수량과 발전 능력은 중국의 삼협(三峽)댐에 이어 2위이지만, 실제 발전량은 약 95테라와트(TWh)로 세계 최대다. 한국 인구에 해당하는 5000만명의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브라질과 파라과이는 1973~1982년 투자, 운영, 분배 모두 50대 50의 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이를 건설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실제 50대50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중앙통제실에도 국경선을 그어 놓았다. 하지만 파라과이는 여기서 생산하는 전력의 8%만 갖고도 충분해 나머지 92%는 브라질에서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에 파는 것이다. 이 8%는 파라과이 총 전력수요의 72%를 충당한다.

이과수 폭포와 멀지 않은 브라질과 파라과이 사이의 파라냐 강 상류를 막고 건설한 이타이푸 댐. 댐 총길이가 8km에 달하며 평균 높이가 195에 달해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댐은 생태계 교란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댐으로 700㎢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원주민을 포함해 1만 가구가 이주해야 했다. 이과수 폭포보다 더 큰 세계 최대의 과이라(Guaira) 폭포가 수몰됐다. 이타이푸 댐에서 생산된 전력을 대도시로 운반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발전소에서 뻗어나간 어마어마한 전선과 철구조물이 흉물처럼 보였다.

이과수 폭포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왜소함에 고개를 숙였지만, 이타이푸에선 인간의 가공할 힘이 오히려 두려움을 주었다. 자연의 이용과 기술적 진보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신념, 인간의 오만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존 수력발전소 건설 등 지금도 그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과연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과 개입의 끝은 어디일지, 복잡한 생각이 밀려왔다.

이과수를 여행할 때, 자연과 인간의 지속가능한 ‘평화적 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이타이푸를 동시에 방문하길 권하고 싶다. 이과수가 보여주는 자연의 경이만 보고 온다면, 우리의 현주소를 반쪽만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hjlee@heraldcorp.com


<여행 메모>

여행기를 쓰고 있는 이해준 헤럴드경제 문화부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출발, 아시아~유럽~남미~북미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희망찾기 세계일주’를 펼쳤습니다. 전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인 아내,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 중학생 조카 등 5명이 시작한 이번 여행을 통해 이들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각자의 삶과 우리 사회의 새 희망을 찾았습니다. 때로는 우왕좌왕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진한 가족애도 쌓았습니다. 삶의 목표를 확인한 사람이 차례로 귀국해 마지막 여정에선 이해준 부장만 남게 되는 이들의 생생한 여행 이야기는 인터넷 카페 ‘하루 한걸음(cafe.daum.net/changdonghee)’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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