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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 제조사 무려 15%나“최근 1년새 지적재산 도둑맞았다” …기술유출 차단책 시급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1. 1분만에 무너진 공든 기술=일본과 중국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A사 임직원들은 요즘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3개월 전 퇴직직원 이 모씨가 재직시 잘 알고 지내던 중국기업에 원료 제조기술을 유출시킨 것. 중국기업은 유출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직접 생산해 중국시장에 판매했고, A사는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A사 관계자는 “이 모씨가 USB로 1분만에 빼돌린 그 기술에는 많은 사람이 수개월간 매달린 노력이 담겨있었다”며 허탈해했다.

#2.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철강기업 B사=철강업계 대기업 B사는 요즘 회사 분위기가 크게 나빠졌다. 경쟁사 C사가 B사의 부품 원천기술을 빼내어 각종 입찰사업에서 B사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 기술유출은 연구개발 업무에 관여했던 김 모 과장의 소행. 성실하기로 소문났던 그는 올초 B사의 기술을 빼낸뒤 자취를 감춰버렸고 관련 기술을 C사에 거액을 받고 팔아넘겼다. TV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일을 경험한 B사 임원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실정인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나니 앞으로 누굴 믿고 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상장 제조사 중 15%가 최근 1년새 지식재산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기술 유출 차단에 대한 업계 공동 대응책과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300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국내기업의 지식재산 유출피해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핵심기술유출, 특허 침해, 디자인 도용 등의 피해를 겪었다’는 기업은 14.7%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1년간 평균 피해 건수는 2.1건이었다.

주요 피해유형으로는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51.0%)이 가장 많았고, ‘기술특허 침해’(26.0%), ‘상표ㆍ디자인 도용’(23.0%)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23.8%), 정보통신(23.3%), 음식료(20.0%) 업종이 다섯 군데 중 한 군데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철강(16.7%), 섬유ㆍ의복(16.7%), 조선(14.3%), 기계(12.2%), 유화(6.8%) 등의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17.4%)의 피해가 중소기업(13.5%)보다 다소 많았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유출이나 지재권 침해를 당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식재산 침해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 법적 절차로 강력 대응한다’는 응답은 25.0%에 그친 반면,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거나 상대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답변은 75.0%나 됐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는 이유로는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도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을 받기 힘들어서’(44.4%),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22.2%) 등이 거론됐다.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지적재산침해에 대한 예방장치 강화’(31.5%), ‘피해 예방ㆍ대응 관련 컨설팅 강화’(31.1%), ‘분쟁해결제도 개선’(25.6%), ‘관련처벌 강화’(11.2%) 등을 차례로 꼽았다.

한편 특허권, 소유권, 저작권 등에 대한 사용료인 로열티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로열티를 지불한 적이 있다’(11.7%)는 기업은 ‘로열티를 받아본 적이 있다’(4.3%)는 기업보다 3배 가량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국내기업이 외국에 지급한 로열티 총액은 43억800만 달러인 반면 로열티로 벌어들인 금액은 20억5300만 달러로, 22억55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국내기업들의 기술력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산업스파이나 특허괴물을 통한 해외 경쟁기업들의 견제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의 지식재산 관리전략과 대응이 강화돼야 할 것이지만, 업계의 공동대응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대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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