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 사람> “회사 부품보단 장인이 되고 싶어요”
가구 장인 도전장…홍익대 정재엽 · 탁의성 · 안오준씨
청담동 ‘카레클린트’ 대학생 대표
수제 원목가구 바람 일으킬 것



“회사의 부품이 되기보단 소파 하나라도 전체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내놓고 싶었습니다.”

서울 청담동의 카레클린트(Kaare Klint)는 수제 원목가구 브랜드다. 특이한 점은 카레클린트를 만든 정재엽(28), 탁의성(28), 안오준(26) 대표가 20대 후반의 대학교 4학년이라는 것. 가구업계에서는 막내 중에 막내다. 실용적이고 좋은 품질의 원목가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겁없이 뭉쳤다.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동기로 만난 이들은 재작년 졸업작품을 만들며 카레클린트를 세웠다. 대형 가구 회사나 개인 숍에 취직하지 않은 것은 “가구 장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 씨는 “가구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보니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6개월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 기간 내내 팔걸이 하나만 그리는 것이더라”며 “이럴 거면 4년 동안 배운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내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수제 원목가구를 아이템으로 택한 것은 가능성은 많지만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시장이었기 때문. 이들은 “말은 수제 원목가구라고 하지만 일부분만 원목을 쓰거나 몸에 좋지 않은 접착제나 피스로 허술하게 만들어온 브랜드가 대부분”이라 “우리가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창업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가구 공장을 찾아다닌 것. 그동안 각종 전시회에서 자신들이 보여준 디자인을 제대로 가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가구 공장을 돌며 최소 15년 이상, 평균 30년 경력의 가구 장인 12명을 모셨다. 품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부족한 것은 돈. 각자 1000만원씩 지인에게 빌려 반지하방에 둥지를 틀고 나머지는 모두 가구 제작에 쏟아 부었다.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좋은 가구를 만들면 반드시 소비자가 살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탁 씨는 말했다. 휴게소와 갓길에서 새우잠을 자며 전국에 배송도 직접 다녔다.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기도.

온라인을 통해 팔기 시작한 가구는 금세 인기를 끌었다. 꾸밈없이 실용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제조과정과 자재를 모두 공개한 덕분이었다. 안 씨는 “표절이 빈번한 가구업계에서는 금기사항이었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키고 있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카레클린트는 AA 등급의 에스토니아산 자작나무와 북미산 물푸레나무만 사용해 한옥을 만드는 방식으로 짜맞춰 가구를 만들고 있다. 모든 제품은 기성품으로 만든다. 정 씨는 “흔히 주문제작 가구가 더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제대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샘플과 같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기성품이 더 낫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10월 월세 1000만원으로 청담동에 매장을 열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홍대보단 가구의 중심지인 강남으로 가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 때문. 매장은 카페를 표방해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꾸몄다. 혼수를 보러온 예비 신혼부부가 커피 한잔 마시러 왔다가 가구를 구경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부담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제 카레클린트는 입소문을 타고 연예인도 직접 와서 사가는 브랜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특별할인은 없다. 정찰제를 포기하면 품질도 포기하게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가구시장은 거품이 심하고 소비자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며 “좋은 품질의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