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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은행 vs 공인중개사, 골리앗과 다윗 싸움 터지나?
[헤럴드경제 = 정순식 기자]최근 유통업계에서 화두가 되는 대기업과 소상공인간 갈등이 공인중개사 시장에도 벌어질 가능선이 엿보여 주목된다. 골리앗와 다윗의 전쟁이 우려되는 곳은 국내 리딩뱅크로 알려진 국민은행과 부동산공인중개사다. 갈등의 발단은 국민은행이 최근 전국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시행하려 하자, 공인중개사들이 금융기관이 ‘영세업종’을 침해한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업체들이 과거 부동산 매물등록을 무료 서비스하면서 단계적으로 홍보 비용을 받아온 사례를 경험해온 공인중개사들은 국민은행의 이같은 서비스 또한 추후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공인중개사협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표출되자 국민은행은 발빠르게 해명에 나서며 일단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이같은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양측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국 8만4000여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국민은행의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 ‘KB부동산 알리지(R-easy)’는 국민은행이 일반 고객의 부동산 자산 재설계와 수익형 부동산 거래 등을 돕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종이다.

이는 은퇴 시점을 맞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 중심의 온라인 매물전시장인 ‘부동산 쇼핑몰’을 국민은행 부동산 홈페이지에 개설해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는 물론 분양 예정인 부동산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매물은 조사원 확인을 거쳐 수익률과 가격, 지역별로 진열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원하는 조건에 맞춰 매물을 비교할 수 있는 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부동산 상담센터인 ‘KB 부동산 플라자’도 열었다. 국민은행은 서비스 출범 배경으로 부동산 자산 재설계와 보유 부동산 개발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대출상담까지 함께 지원하는 종합서비스 개념이라고 널리 홍보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이같은 서비스 움직임에 전국 공인중개사들은 거대 금융기관이 영세한 중개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중개업과 은행의 업무는 각각의 고유영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이 개인사업자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할뿐 아니라 은행 측에도 실익이 없다고 성토했다.

공인중개사협회측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는 부동산컨설팅을 통한 유사중개행위이며, 대출이자 역시 간접적인 중개수수료와 다르지 않은 만큼 명백한 업권 침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국민은행의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가 부동산컨설팅을 가장해 중개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 국내 유수 대형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공인중개사의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과를 회신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민은행 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최근 공인중개사협회로 “국민은행은 중개시장 진출을 할 의향도 없으며, 할 수도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은행은 이 공문을 통해,“ 은행에서는 고객의 자산포트폴리오 및 금융상담에 충실하고, 부동산 상담 및 거래는 반드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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