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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의 실종…소니 몰락의 반면교사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일본의 자존심이 확 구겨졌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의 3대 간판 전자업체의 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로 추락했다. ‘전자 왕국’이라는 일본의 자긍심도 함께 무너졌다.

특히 소니의 굴욕은 충격적이다. 소니가 어떤 기업인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를 주름잡던 ‘혁신의 대명사’가 아니었던가. 지구촌으로부터 찬사와 함께 시샘을 받던 초강 글로벌기업이었다.

전자업계 최대 히트작으로 꼽힌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 집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디자인을 접목한 바이오 노트북PC 등등. 소니의 독창성은 다른 기업들에겐 ‘영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이후 소니는 옛영광이 언제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침체기를 겪더니, 최근 들어선 무력증에 빠졌다.

소니는 지난해 역대 최악인 5200억엔(약 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4년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핵심 부문인 TV사업은 한국, 대만업체들과의 경쟁을 의식해 판매가격까지 낮췄으나 8년간 총 6920억엔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이러다보니 소니 부활에 대한 글로벌시장의 전망은 어둡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카메라 부문 성과가 좋고, 의료장비와 초고화질TV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어 입지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지만, 소니는 왜 이렇게까지 뒷걸음을 치게 됐을까.

단기적으로는 엔화가치 급등, 한국업체와의 TV대전 참패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소니 특유의 스타일을 잃어버린 것이 근원적 이유로 지적된다. 혁신 제품 개발을 장려하던 문화가 사라지고 미국 기업들처럼 단기 성과에 연연하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위기 상황에서 ‘안주형 CEO’인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영입한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급변하는 글로벌시장의 돌파 원동력인 ‘소비자 트랜드’를 읽는데 게을리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자성론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일본에서는 과거 ‘품질만 좋으면 소비자가 따라오게 돼 있다’는 일본 경영 스타일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일고 있다”며 “품질과 동시에 소비자 등을 긁어주는 쪽으로 계속 제품을 혁신하는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 경영을 늦기전에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소니의 굴욕은 한국 기업으로선 반면교사다. 소니의 침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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