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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 - 박영서> 中 새 지도부, 낮은 곳서 배운 리더십의 저력
향후 13억 중국을 이끌어나갈 7명의 인생에는 문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식청년’으로 시골 농촌으로 하방(下放)됐다는 공통된 경험이 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習近平)은 13살 때 문화대혁명(문혁)을 맞았다. 이후 아버지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가 반당분자로 몰리면서 16살 때인 1969년 지식청년(知靑·오지로 내려가 농사일을 했던 교육받은 도시 청년)으로 산시(陝西)성 옌촨(延川)현의 량자허(梁家河)촌으로 내려갔다. 그는 1975년 공농병(工農兵·노동자, 농민, 군인) 특채로 칭화(淸華)대에 입학할 때까지 이곳에서 6년9개월간 갖은 고생을 다했다. 시진핑은 벼룩이 득실거리는 토굴에서 자면서 매일 쉬지 않고 일했다. 뒷날 그는 “병에 걸려 아픈 날만 빼고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불거나 무슨 일이든 했다. 200근짜리 메밀 푸대를 어깨에 지고 10리 산길도 걸었다. 나의 신념이 된 ‘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토대해 진리를 탐구하는 일)’는 그때 뿌리를 내렸고 싹이 텄다”고 회고했다.

차기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은 1974년 19살 나이로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에 참가했다. ‘산상하향’이란 문혁이 한창 때인 1968년 12월 마오쩌둥(毛澤東)이 “지식청년은 농촌에 내려가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그가 배치받은 곳은 안후이(安徽)성 펑양(鳳陽)현 다먀오공사(大廟公社) 둥링(東陵)대대 생산대였다. 그곳에서 3년간 육체노동을 했다.

장더장(張德江), 왕치산(王岐山), 류윈산(劉雲山) 역시 농촌마을로 내려가 몇 년간 농민생활을 했다.

장가오리(張高麗)는 공장에서 일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10살 때 아버지를 여윈 장가오리는 석유회사의 시멘트 운반공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위정성(兪正聲)은 아버지가 초대 톈진(天津) 시장을, 어머니가 베이징(北京) 부시장을 지낸 유명한 혁명가 집안 출신이다. 그러나 문혁이 터지면서 그는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가까운 친척과 가족 9명이 사망했을 정도였다.

향후 13억 중국을 이끌어나갈 7명의 인생에는 문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식청년’으로 시골 농촌으로 하방(下放)됐다는 공통된 경험이 있다. 외로움과 배신감에 괴로워하면서 고된 노동과 거친 밥을 먹어야 했던 고난의 생활은 밑바닥 기층민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이들에게 제공했다.

‘고생을 해본 사람이 고생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는 말처럼 중국의 새 지도부는 민초들이 무엇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의 최대 숙제인 빈부격차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이렇게 시진핑을 평가한 바 있다. “시진핑과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가 ‘생각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답게 민생을 챙기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봤다는 평가일 것이다.

우리도 다음 달이면 새 지도자가 탄생한다. 과연 어떤 후보에게 한국의 5년을 맡길 수 있을까. 한 표를 던지기 전에 적어도 후보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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