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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영상> CJ의 서퍼링 캠프?
일반 가정집도 설령 다툼이 있었더라도 제사 앞에선 자제하는 법이다. 보통의 집은 다 그렇다.

그런데 오너가(家)인 삼성과 CJ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19일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삼성과 CJ 측의 갈등 속에 반쪽으로 치러졌다. 범삼성가 중 삼성과 한솔그룹은 참석했고, CJ와 신세계그룹은 불참했다. 이에 유산 상속 문제로 촉발된 삼성과 CJ 간의 감정 대립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발단은 정문 출입 허용 여부였다. CJ 측이 삼성이 정문 출입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고 비난하고, 삼성 측이 참배를 못하게 길을 막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감정은 대폭발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소송을 강행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에 대해 서운한 이건희 회장의 속상함과 이 회장 측에 못잖은 섭섭함을 갖고 있는 CJ 측의 반박 심리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삼성 측에선 CJ가 창업주 제사를 활용해 도가 지나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꼬집는다. 참배하고는 상관이 없는 한옥집 사용 여부를 갖고 참배를 거부하고, 이를 꼬투리 삼아 ‘집안 불화’를 언론에 중계방송하듯 보도자료를 뿌렸다는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이 장남이기는 하지만 한번도 제사를 정식으로 치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제사의 주축인양 홍보하고, 감정싸움 양상을 까발리더니 결국은 불참하고 이를 삼성에 책임 전가를 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결국 최종목적, 즉 장남 또는 장손으로서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소송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치졸한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CJ의 평가는 완전 다르다. 24년간 갔던 그 길을 어느날 갑자기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장손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삼성의 방해도 역시 심했다는 것이다.

선뜻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려운 사안이지만, 업계에선 이번 제사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에선 아무래도 CJ 측이 지나쳤다는 평가다. 

이날 오후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 관장은 두 사위(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와 함께 CJ그룹이 필동 CJ인재원에서 주관한 창업주 제사에 참석했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날 낮에 벌어진 양측의 불화를 벗어나 자손의 도리로 제사에 참석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과 CJ의 제사를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양측의 대범한 행동을 기대한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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