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던 25년 전의 삼성과 지금의 삼성은 이름만 같을 뿐, 뼛속까지 다른 DNA를 갖고 있다. 25년 전 삼성이 대한민국의 삼성이었다면, 2012년의 삼성은 세계의 삼성이 됐다. 지표 속에는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회장 취임 당시 9조9000억원 수준이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올해 384조원으로 늘어났다. 25년 전에 비해 39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삼성의 수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예상되는 수출액은 1567억달러. 63억달러에 불과하던 25년 전에 비해 딱 25배가 늘었다. 삼성의 자산은 올해 435조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2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해졌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3%가량이 삼성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우리 경제의 삼성 의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한 판단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통상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한 것 자체는 분명 의미가 적지 않은 부분이다.


삼성의 경제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이 밖에도 많다.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3%에 달한다. 금융시장을 놓고 보면 삼성그룹주들의 시가총액은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30%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다. “삼성에 투자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리서치회사인 인터브랜드가 지난달 발표한 ‘2012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은 329억달러의 브랜드가치로 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브랜드가치가 40% 이상 늘면서 순위가 수직 점프했다.

한 경제관료는 “독점적인 산업 구조나 내수 경제의 성장에만 기대지 않고 해외에 나가 강력한 경쟁자들과 투쟁해 성장했다는 점에서 삼성의 성공은 다른 기업과는 차별적”이라고 평가했다. 

<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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