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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25년>이건희 삼성호(號) 키운 것은 혁신과 도전, 역발상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5년간 삼성을 어떻게 키웠을까. 결론은 혁신과 도전, 그리고 역발상, 결단경영을 통해서였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1987년 취임사를 통해 미래경영, 도전경영, 인재경영을 선언했다. 이때만해도 삼성은 아시아 변방의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이후 삼성은 글로벌 초강기업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건희의 힘’이 작용한 결과물이다. 깊은 고민과 통찰, 확신이 서면 누구의 반대도 굴하지 않는 결단이 이 회장의 주요 코드였다.

이 회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재계의 대표 아이콘이다. 이 회장의 말 한마디는 곧장 재계의 화두로 이어진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며 선언한 ‘신(新)경영’, 1996년 새로운 경영코드를 표방한 ‘디자인경영’ 그리고 2007년 역발상 기치를 내건 ‘창조경영’….

그가 때마다 내놓은 경영철학은 그래서 처음엔 낯설어보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재계나 다른 그룹 뼛속까지 슬금슬금 스며들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업계에 이견이 없는, 이른바 ‘이건희 효과’다.

얼마전 만난 10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 회장이 경영에 관해 한마디 툭 던질때 ‘무슨 뜻일까’하고 의아했던 경우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따라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희 효과’에 나도 영향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경영코드는 삼성의 발전과 함께 시대가 지날수록 진화했다. 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기점으로 삼성 내엔 긴장과 환골탈태 공감대가 이뤄졌다. 2010년 3월24일 경영 복귀 이후엔 ‘삼성의 위기론’을 불러 일으키며 현실에 안주해서는 결코 1등이 될 수 없다고 주창했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독려에 삼성은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 회장이 경영복귀를 한 2년 이상 삼성 주력 계열사들은 실적으로 화답했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연신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며 IT 분야 글로벌 강자로 우뚝섰다.

주목되는 것은 이 회장은 현재까지도 ‘만족’을 모른다는 것이다. 삼성이 커졌다고 해서 포만감에 긴장을 늦추고, 나태함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음에 대한 경계다. 올해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2’. 여기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업체가 바로 삼성전자였고, 삼성 제품들은 격찬를 받으며 ‘과연 삼성’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행사장에 나타난 이 회장은 차분했다. 오히려 그는 “몇 년, 십 년 사이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지겠다 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 긴장이 된다”고 했다.

그가 젊은경영론, 긴장론, 위기 속 공격경영론 등의 경영철학을 삼성 내에 전파시키는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니, 도요타, GM 등 글로벌기업들의 몰락과 영광을 지켜보면서 ‘한번 일등이 영원한 일등은 아니다’라는 철학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이 회장은 지금도 혁신과 도전, 역발상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은 최소한 ‘이건희 25년’에는 유효했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삼성의 경쟁자이면서도 한때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일본에서 조차 연구 대상이다. 경제평론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의 몰락’이라는 저서에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삼성전자 DNA의 열쇠”라고 했다.

취임 25년 이후의 ‘이건희 경영’ 결과물은 현재로선 가늠할 수는 없다. 글로벌경기는 여전히 침체를 걷고 있고, 애플과의 특허소송, 경제민주화 등 시대적인 변화 요구는 삼성 경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깊은 고민과 장고 속에서 신경영 코드를 또 장착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 회장으로선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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