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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배우 상의 탈의는 새 드라마 신고식?
여성 연기자의 극 중 탈의가 새 드라마의 신고식인가.

요즘 드라마들이 극 초반에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넣기 일쑤여서 논란이다. 여배우의 상의 탈의는 기본이고, 강도가 센 키스 장면과 정사 장면, 가정 내 폭력과 성폭력 등 ‘15세 시청가’ 등급 드라마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19금’ 장면을 버젓이 방송해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올해 방송한 KBS, MBC, SBS 등 지상파TV 3사의 드라마 가운데 여 주인공을 탈의시켰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린 드라마는 KBS ‘난폭한 로맨스’ ‘해운대 연인들’, MBC ‘무신’ ‘보고싶다’ ‘오자룡이 간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 ‘신사의 품격’ ‘대풍수’ 등 10편 가까이나 된다.

고려말 조선 건국을 배경으로, 이성계를 내세운 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Fact+Fiction;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장르) 사극 SBS 월화드라마 ‘대풍수’가 최근 드라마 선정성 논란의 중심이다. 지난 9월 끝난 정통사극 MBC의 ‘무신’도 1회 방송 뒤 신인 여자 배우의 알몸 노출과 폭력적 장면이 논란이 됐지만, ‘대풍수’는 그 수위를 더욱 높여 놨다.
1회에선 배우 오현경이 상체를 벗은 채 조민기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강도높게 그려졌다. 2회에선 이진의 일명 ‘배수구 키스신’이라 불린 진한 키스 장면, 4회에서 단역배우의 뜬금없는 베드신, 박민지의 뒷태 목욕 장면과 겁탈 장면 등 지상파 드라마 표현 수위를 과감히 넘어서는 연출이 이어졌다.

특히 연기 신인 박민지의 상반신 노출 목욕 장면은 콘티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는 “(시나리오상에는) 탕 안에 흰옷입고 물을 끼얹는 정도의 일반적 목욕신이었다. 부담없이 촬영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참신한 장면을 위해 탕에 들어가지 않고 허리까지 노출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극의 주 시청자인 남성 시청자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벗긴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MBC가 지난 19일 첫 방송한 새 일일 저녁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배우 오연서(나공주 역)는 벗은 어깨를 드러냈다. 주인공 남녀의 우연한 첫만남을 그린 장면에서다. 워터파크에서 금목걸이가 물에 빠져 난처해 있는 모녀를 돕고자 물 속에 뛰어든 자룡(이장우)이 잘못해서 공주의 비키니 상의를 집어들어 변태로 오해받는 장면이었다.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 장면에서 여성이 곤란에 빠져 서로 오해하는 설정은 ‘샐러리맨 초한지’, ‘신사의 품격’에서도 쓰였던 것이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선 백여치(정려원)와 유방(김범수)의 첫 만남에서, 유방의 실수로 여치의 치마가 두번이나 벗겨지는 악연이 그려졌다. ‘신사의 품격’에서도 서이수(김하늘)의 니트 원피스의 올이 풀려 속옷이 드러나자 김도진(장동건)이 돕는 설정이 반복됐다.

‘해운대 연인들’은 그동안 영화 속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조여정을 알뜰하게 활용했다. 첫 회에서 조여정은 나이트클럽에서 한복 저고리를 벗고 일명 ‘어우동쇼’를 췄고, 초반에 김강우와의 몸싸움 장면에선 다소 ‘야릇한’ 포즈를 취했다. 모두 연출자의 의도였다.

그런가하면 MBC가 방송 중인 수목드라마 ‘보고싶다’는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비판받고 있다. 특히 문제의 장면이 아역배우 출연 분량인 점, 아이돌 출신 배우가 주연을 맡아 10대 시청자가 많이 보는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더 커졌다.

그런데 연출자의 눈물겨운 노이즈마케팅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들 드라마의 시청률 성적은 대체로 저조하다. ‘대풍수’ ‘보고싶다’는 10%를 한참 밑돈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제작진 입장에선 대중이 워낙 선정성, 폭력성에 익숙해져서, 더욱 강하게 그려야만 시선을 끌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 같다”며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계가 없는 무한경쟁, 스토리 보단 볼거리 중심에 치우친 결과”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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