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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물설 5여 곳, 장기체납 50여 곳, 부도위기 11곳...위기의 회원제 골프장
집값에 맞먹는 골프장 회원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의 상징이었고, 대통령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상당 부분 그렇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회원권이라고 다 같은 회원권’이 아닌 시대가 왔다. 회원권도 알짜가 있고 빈껍데기가 있다.

2008년 지구촌을 나락으로 몰아넣은 경제위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반 국민들의 생활도 피폐해졌지만,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과 골프회원권은 그 영향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인 2007년과 2008년초는 국내 부동산 시장도 뜨거웠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고, 골프회원권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때 분양한 골프장들은 높은 분양가에 회원권을 팔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차가운 삭풍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처지다.

▶회원권 값 반토막, 입회금 반환해봐야 손해=골프회원권 시세는 뚝뚝 떨어졌고, 당연히 매매가 거의 올스톱된 상태다. 통상 회원권을 살 때 지불하는 입회금(예탁금)은 약정 기간(5~10년)이 되면 골프장으로부터 돌려받는다. 회원들끼리 매매를 해서 양수 양도가 될 정도로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면 별문제지만, 지금은 반토막이 난 곳도 상당할 만큼 시세가 형편없다. 당연히 회원들은 입회금을 돌려받기위해, 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대신 회원을 잡아두거나, 재원을 마련해서 돌려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특히 올해 반환이 도래한 골프장들의 회원권들의 시세하락폭이 커 “입회금 반환으로 인해 회원제 골프장과 회원 사이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우려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던 것은, 고가 분양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 골프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도 없으면서 ‘짓고보자’며 도박을 하는 골프장도 있었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경쟁 골프장들로 인해 당초 기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부지 매입과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서 늘어난 초기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지나치게 고가에 회원권을 내놓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호황땐 목 좋은 골프장들이 계약금만 들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회원권 분양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회원권 완판이 쉬운 일도 아니고, 문을 열었다 해도 경기침체로 내장객들이 감소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에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때문에 ‘깡통골프장’이란 말도 나오고, ‘입회금 반환대란’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골프장 대대적 구조조정 진행중=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매각 또는 인수된 골프장은 5개. 2008년 외환위기가 닥친 이후 2009년부터는 20개가 넘는다. 인수자들은 부채를 떠안거나, 공사대금 대신 골프장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넘어간 경우도 있다. 또한 법정관리중인 곳이 7곳, 인허가만 끝냈거나 공사가 중단된 채 매물로 나온 곳이 31곳, 현재 운영중이지만 매물로 나왔거나,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도는 곳도 50곳이 넘는다. 부도위기로 알려진 곳이 11개사,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곳도 12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난으로 국세 및 지방세를 장기체납하고 있는 곳도 50개사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신규골프장들은 사업계획 준비단계에서 운영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견딜 재간이 없어 신규골프장 건설을 포기하는 곳도 늘고 있다. 또한 회원제로 운영을 하다가 회원모집이 여의치않아 대중제로 전환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12곳이 전환을 완료했고, 4군데가 더 진행중인 상황이다.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며 황금라인으로 꼽혔던 경춘권 골프장 4곳도 개장을 앞두고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돈을 싸들고 골프장에 대출을 해주던 금융권들도 금고를 닫았다. 이제 장기 적자를 보는 골프장에는 신규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골프장 입장에서는 반환금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예약금 반환사태, 실체는=하지만 2007, 2008년에 분양하거나 개장한 골프장이 모두 예탁금 반환관련 딜레마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송용권 이사는 “반환금 관련 소송도 여러건 진행되고 있고, 매각됐거나 매각설이 도는 골프장도 꽤 많이 나타났다“면서도 “2007년 개장 골프장이 올해 입회금 반환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위기라고 보는 건 다소 무리다. 골프장마다 분양형태나, 분양횟수가 다르고, 완판여부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입회금 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레저산업연구소는 약 2조5000억, 골프장경영협회측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골퍼들이 체감하듯 수도권은 주말 부킹이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일만큼 문전성시다. 접근성의 문제가 상존하고, 수요보다 많은 골프장이 공급된 제주와, 대구 등 영남 일부, 강원권 정도가 미분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예탁금 반환과 관련해 소송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사태’라고 볼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2007, 2008년 분양된 곳중 지나치게 고가로 회원권 가격을 책정하거나, 입지상 불리함으로 미분양된 곳을 제외하면 반환금 문제를 겪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분양한 골프장 대부분은 회원수의 10% 미만 정도만이 예탁금 반환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송 등으로 확대된 곳은 미분양됐던 곳들 일부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달 중 수도권과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충청 강원권의 주말 부킹은 빈 자리가 거의 없다. 전체 골퍼의 70% 이상이 몰려있고, 전체 회원권 보유자의 50% 이상이 몰려있는 서울 경기의 수도권 골프장은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장 거품 빼는 순기능도=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골프장들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탁금 반환 상황에 대비해 주중회원권 발행, 프리미엄 회원권 추가 발행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회원들의 부킹 등에 어느 정도 피해가 미칠 수는 있지만, 회원들 역시 골프장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다소 권리가 축소되더라도 경영자구책의 일환으로 보고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송용권 이사는 “회원제 골프장과 회원들은 예탁금을 주고받은 채권 채무 관계지만, 골프장의 퀄리티 유지와 운영에 필요한 자본금을 조성한 투자자의 의미도 갖고 있다. 이때문에 골프장과 회원의 관계는 단순하게 편을 가르기 어렵다”며 회원 전체가 예탁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예탁금 반환문제는 분명 상당수 골프장에게 커다란 숙제를 남겼다. 감당하지 못해 도태되는 곳도 있을 것이고, 잘 풀어내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회원권의 공급과잉 등 수급불균형 문제라기보다, 경기침체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번 예탁금 반환사태는, 지나치게 고가의 회원권을 분양해 ‘한몫’ 잡으려는 골프장이나, 자금이나 운영면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골프장들이 걸러지면서 거품이 빠지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지역별 입회금 반환 추정액

분양연도 수도권 강원 충청 호남 영남 제주 계

2007년 2656억 5191억 2422억 1663억 7264억 5901억 2조5099억

*자료제공=레저산업연구소



사진=2010년 경기도 포천에 문을 열었던 가산 노블리제는 회원권 분양저조에 지방세 체납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공매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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