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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VP 박병호 아내 이지윤, 이 여인의 내조법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축하한다는 한마디 겨우 했어요. 여기저기 인터뷰하느라 바쁜가 봐요.”

평소와 달리 일찍 전화를 끊은 남편이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서운함 대신 뿌듯함이 가득하다. 그럴 법도 하다. 남편은 기막힌 ‘반전 드라마’를 쓰며 올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지 않았는가. 그녀는 “이제 시작이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2012 프로야구 MVP 박병호(26·넥센 히어로즈)의 아내 이지윤(30) 씨. 이 씨는 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수줍게 웃으며 그저 “기쁘다”고만 말했다.

“사실 MVP 기대를 했죠.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기대할 만하다고 해서. 그래도 아침에 시상식 가기 전에 남편한테는 ‘혹시 안되더라도 표정 관리 잘 해. 수상자에게 박수도 많이 쳐 주고’ 라고 얘기했어요. 전화로 축하한다 한마디 하고 끊었는데, 이따가 들어오면 모처럼 외식하려고요.”

박병호는 5일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한국야구기자회의 투표 개표 결과 총 유효표 91표 중 73표를 획득해 장원삼(삼성·8표), 브랜든 나이트(넥센·5표), 김태균(한화·5표)을 크게 따돌리고 MVP에 선정됐다. 2005년 LG트윈스에서 데뷔한 뒤 지난해 중반 넥센으로 이적한 박병호는 프로 8년차인 올해 그야말로 화려하게 만개했다. 올 시즌 팀의 4번 타자로 전경기에 출전해 홈런 31개(1위) 타점 105개(1위) 장타율 0.561(1위)로 타격 3관왕을 휩쓸었다. 도루 역시 20개를 기록하며 역대 35번째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박병호의 유쾌한 인생 역전 드라마에 야구팬들도 함께 흥이 났다.


▶MVP와 원조 야구 여신의 야구 대화법

지난해 12월10일 결혼한 뒤로 확 바뀐 박병호. 아내에게 ‘내조의 비법’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지윤 씨는 “내조 얘기 나오면 너무 부끄럽다. 하는 게 정말 별로 없기 때문이다”며 “그냥 건강식 챙겨주는 정도? 홍삼 파우치, 홍삼정, 비타민, 엽산 등 오늘 먹을 약들을 챙겨주고 야구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1시에 식사 차려주고 그 정도 밖에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신 집에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지윤 씨는 사실 박병호보다 더 먼저 야구팬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았던 인물. KBS N 스포츠 간판프로그램인 ‘아이 러브 베이스볼’ 메인 진행자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원조 야구여신’이었다. 수년간 야구장을 누비며 취재했던 터라 남편과 야구 대화가 가능하다.

“솔직히 기술적인 건 제가 잘 알지 못하죠. 그냥 아까 그 장면에서 왜 그랬는지 궁금했던 것 물어보기도 하고. 남편은 그때 이렇게 했는데 어떻게 봤느냐고 물어오기도 하고. 잘 하라는 말은 한 번도 안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주위에 너무 많고 누구보다 잘 하고 싶은 건 본인이잖아요. 올시즌 초반 타율이 1할7푼대로 쭉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죠. “그래, 타율이 2할을 넘지 않도록 해. 그리고 타점은 좀 올리고. 뭔가 임팩트 있고 개성있는 야구선수 같아! 그러니까 타율은 신경쓰지 마.” 저는 주로 반대로 얘기하는 편이예요.”

올시즌 목표 역시 이미 달성했다. 이 부부의 시즌 목표는 홈런왕이나 MVP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전경기 출전이 목표였어요. 그 목표 이상을 했으니 정말 잘한 거죠. 지난 여름에 잠깐 허리 아프다고 해서 제가 한 경기만 쉬자 했더니 안된대요. 왜냐고 물었더니 하는 대답이 “난 4번타자니까.” 4번타자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래요. 책임감을 갖고 하는 거래요. 전경기 출전 목표를 이뤄서 무엇보다 기뻐요.”

▶만년 유망주와 야구 간판 아나운서의 만남

이들의 만남과 결혼은 사실 많은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고, 또 의아하게 했다. 이지윤 씨는 한참 잘 나가던 프로야구 간판프로그램 메인MC. 반면 박병호는 LG의 ‘만년 유망주’에 불과했다. 성남고 시절 고교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서는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1,2군을 오르내렸다. 그러던 어느날, 무뚝뚝한 박병호가 야구장에서 이 씨를 처음 본 순간 알 수 없는 용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박병호의 구애로 만남을 시작한 이씨는 그의 진솔하고 성실한 면에 끌리면서 과감히 방송국 퇴사를 결정한다.

“2010년 여름부터 ‘아이 러브 베이스볼’ 진행을 맡았는데 그 시즌 끝나고 바로 퇴사했어요. 열애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보는 시선이 안좋을 수 있잖아요. 쟤네는 일안하고 야구선수만 만나나 이렇게 생각하실까봐, 또 저 때문에 다른 후배들도 다 그렇게 보일까봐 걱정했죠. 갑자기 제가 왜 그만두는 지 아무도 몰랐죠. 다들 저보고 이상한 애라고. 쟤는 남들 하고 싶어 안달 난 저걸 왜 던지고 나가냐고. 박병호 선수가 생각 이상으로 미안해 했죠. 하지만 메인MC, 그런 거 저한테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박병호-이지윤 부부

열애설이 터진 뒤에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물음표였다. ‘왜 박병호지?’ 하지만 이 씨는 개의치 않았다.

“야구를 잘 못하면 제가 속상해할까봐 신경 많이 쓰더라고요. 전 정말 괜찮은데. 한 번은 야구를 그만둘까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힘들면 그만두자. 야구 안하며 못사나? 내가 먹여 살릴게. 집에서 밥하고 청소할 수 있지?’ 했어요. 사실 그땐 100% 진심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해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걱정이 안됐어요. 잘할거라고 생각했고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주변에서 왜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 만냐냐고 물으면, ‘나중에 잘 할 거야. 한번봐봐’ 그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이씨는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박병호의 기량이 쑥 늘었다는 말에 “타이밍이 잘 맞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고마울 따름이죠. 감독님, 코치님들이 기회 안주셨으면 정말 어떻게 됐을 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진짜 박병호 선수가 집에서 설거지하고 제가 돈 벌어올 수도 있고. 하하.”

▶앞으로 더 보여줄 게 많은 남편

이지윤 씨는 방송국을 퇴사한 뒤 홈쇼핑 MD를 거쳐 현재는 방송국아카데미에서 아나운서 과정 강의를 하고 있다. 이씨는 남편의 MVP 수상에도 크게 들뜨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작이잖아요.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사실 제 눈에도 허점이 막 보여요. 상대팀 선수들에겐 그 허점이 얼마나 더 많이 보이겠어요.(웃음) 그게 오히려 다행스러운거죠. 왜냐면 그 허점을 채워나가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저는 오히려 지금 완벽하지 않아 좋아요. 단점을 하루아침에 딱 고치지 않더라도 한시즌 한시즌 채워간다면 나중에 진짜 괜찮은 선수 되겠다, 이런 생각 들어요.”

박병호가 인터뷰 때마다 고마움을 표하는 아내 이지윤 씨에게 ‘야구선수에게 좋은 아내의 조건’을 물었다.

“맛있는 음식 많이 해주고 야구장 다니면서 응원해주는 거 저는 잘 못해요. 그런 성격도 못되고. 그냥 야구선수 이전에 남편으로서 존중해주고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하는 거, 이 정도에요. 말 한마디라도 그냥 던진 적 없거든요. 야구 끝나고 집에 오면 기분좋고 편하게 만들어주기. 그거밖에 몰라요.”

올시즌을 해피엔딩으로 마감한 박병호-이지윤 부부. 이들이 만들어갈 기분좋은 드라마 2편은 또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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