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트랙의 원조는 비틀스다?=히든 트랙의 시작은 비틀스의 1969년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사진)’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LP의 B면을 메들리로 채우려했던 비틀스는 ‘허 메저스티(Her Majesty)’란 곡을 매들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빼려 했다. 그러나 앨범 제작사의 사정으로 곡을 뺄 수 없었던 비틀스는 하는 수 없이 앨범의 마지막 곡 이후 20초간 공백을 둔 뒤 이곡을 실었다. 히든 트랙은 이렇게 앨범 제작상의 오류로 시작됐지만, 이후 팬들을 향한 깜짝 선물로 변해갔다.
▶히든 트랙을 즐겼던 ‘문화 대통령’=‘문화 대통령’ 가수 서태지는 히든 트랙을 즐긴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서태지는 히든 트랙을 주로 공백기와 다음 컴백작의 콘셉트를 알려주는 단서로 활용했다. 1998년에 발표된 서태지 솔로 1집의 히든 트랙은 마지막 곡 재생 후 2분 뒤에 시작된다. 서태지는 2년 뒤인 2000년에 솔로 2집을 발표했고 연주 스타일도 솔로 1집의 히든 트랙과 흡사했다. 솔로 2집의 히든 트랙 ‘너에게’는 마지막 곡 재생 후 4분 뒤에 시작되는데, 서태지는 4년 후 히든 트랙과 비슷한 음악을 담은 솔로 3집을 냈다.
▶이젠 ‘히든’이 ‘히든’이 아니야=최근의 ‘히든 트랙’은 대중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색 홍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나얼의 솔로 앨범의 히든 트랙 ‘유 브와나’는 디지털 음원으로는 공개되지 않아 CD로만 들을 수 있어 오히려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09년 에픽하이는 정형돈과 함께 부른 ‘전자깡패’를 히트곡 리믹스 앨범에 실어 정식 수록곡 이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