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남영동 1985’ 22일 개봉 앞두고 첫 공개, ‘정치의 계절’에 후폭풍 예고
시각적인 충격은 컸다. 권력의 잔학함을 보여주는 영상은 끔찍했다. 인간 존엄성이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한 시대의 ‘증언’을 목격하는 관객의 심경은 참담했다.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 정권으로부터 당한 참혹한 고문을 영화화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 1985’(22일 개봉)가 5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대선을 앞두고 ‘과거사 청산’이 주요 정치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비극의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여서 만만치 않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영화는 주인공이 1985년 9월 4일 정권에 의해 납치 구금돼 당시 서울 남영동 소재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보내야했던 지옥같은 22일간을 담았다. 형사들은 주인공을 거꾸로 세워 물이 가득찬 욕조에 쳐넣고, ‘칠성판’이라는 형틀에 묶어 수건 덮힌 얼굴에 수분간 물줄기를 쏟아부었다. 고춧가루물을 코와 입에 마구 들이붓고, 최후엔 전기고문까지 동원한다. 


고인이 생전 설립을 주도했던 민주화청년운동연합을 공산주의 폭력혁명을 기도하는 간첩단으로 조작하기 위한 시도였다. 극중 형사들은 “배후에는 북괴가 있지 않느냐” “공산주의 폭력혁명주의자 아니냐”며 주인공을 다그친다. 극중 ‘이두한’(이경영 분)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고문경감으로 악명 높은 이근안을 모델로 했다. 주인공은 시대의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고문이 부른 극한의 고통 및 수치심, 인간성에 대한 환멸 사이에서 울부짖는다.

영화 마지막엔 유인태, 이재오를 비롯해 정치인에서 일반인까지 이르는 실제 고문 피해자들의 영상 증언이 삽입됐다. “고문을 당하면서 누군가를 증오하는 내가 악마가 돼 가고 있었다” “고문 내내 떠오른 것은 도살 직전의 돼지였다”는 육성 증언은 현실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영화는 소문으로만 들리던 진실을 시각화하며 ‘고문과 폭력의 시대에 대한 증언’임을 자처했다. 그리고 화석같은 시간, 신화같은 시대를 현실로 끌어오면서 정말로 우리는 그 시대를 청산한 것이 맞느냐고 관객에게 묻는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 배경이지만 박정희 정권에 대한 언급도 여러차례 등장한다. 치안본부 총책임자(문성근 분)는 주인공을 회유하며 박정희 정권 덕분으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졌고, 이를 위해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다. 또 고문기술자는 “(고문대상자에게) 상처를 내면 안된다”며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안된다”며 말단 형사들을 호통친다. 정지영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물론 대선에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며 “영화시사회에 대선 후보들을 초청하겠다, 이 작품을 통해 통합과 화해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