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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루한 인생의 통쾌한 카운터펀치
201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최민석의 장편소설 ‘능력자’(민음사)’가 출간됐다. 2010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하며 울다가 웃다가 결국 엉덩이에 털이 난다는 ‘항문모발형’문학관을 수상소감으로 피력한 저자의 유머감각은 이번 장편에서도 활어마냥 싱싱하게 펄떡인다.

전통과 권위있는 문예지로 등단했으나 “요즘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발기로 괴로워하는 중고생이나 읽는 야설을 쓰고 있는”소설가 남루한, 그리고 한때 세계 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매미가 바로 우주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전직 복서 공평수. 두 인물이 함께 올라탄 추락과 상승의 롤러코스터가 흥미롭다.

‘순수’와 ‘청순’문학을 고집하다 통장에 고작 3320원만이 남은 무명작가 남루한은 궁여지책으로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운 공평수의 자서전을 대필해주기로 한다. ‘몰락한 세계 챔피언의 처절한 말로’나 써내려가며 목돈이나 챙기자던 남루한은 공평수를 얕잡아보면서도 그의 재기를 향한 도전, 삶의 진정성에 점차 동화되어간다.

비록 왕년의 챔피언이란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만도 못한 처지지만 세상의 평가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공평수의 모습에서 ‘삶의 근육에 다시 긴장을 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남루한 역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된다.

비록 “세상이 패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목표한 수준에 도달한 경기는 이긴 경기”라는 간단치 않은 메시지가 웃음에 버무려져 묵직한 울림을 갖는다.

손 놓을 수 없는 흡입력, 서사의 매력과 재미라는 소설 장르의 미덕에 충실한 소설이다. 전설적 복서 슈가레이 레너드의 풋워크처럼 가벼운 발놀림으로 이내 매운 감동의 카운터펀치를 작렬시키고 마는 저자의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굳건한 결기가 둔중하게 다가온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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