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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건축의 '진정한 미학'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우리 삶의 선함과 진실됨과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일깨워지고 확인될 수 있는 곳이다. 그것은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진다.”-30쪽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컬처그라퍼)는 건축학자인 승효상씨가 여러 지면에 연재했던 글과 이전의 기록들을 묶어 새롭게 정리한 책이다. 그는 책을 통해 건축철학에 대해 말한다. 이는 인간의 삶과 달리 떼어서 볼 수 없다는 시각으로 건축을 인문학적인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책은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건축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그는 이 시대의 건축이 껍데기를 붙잡고 있을 뿐 영혼이 거주할 수 있는 건축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데에 개탄한다. 진정한 건축에 대해 서울에 있는 ‘종묘(宗廟)’를 그 예로 들었다.

먼저 우리 건축사가 20세기 초 모더니즘을 신봉한 대가로 전대미문의 도시적 문제를 양산한 것을 지적했다. 이어 종묘야말로 일그러진 서울의 중심점을 회복하게 해주는 경건한 장소라 강조한다. 바로 우리 전통적 공간개념인 ‘비움의 미학’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일본의 한 건축가가 종묘정전을 보고 동양의 파르테논이라고 극찬하여 수많은 일본 건축가들과 학자들이 방문했고 동일한 감탄사를 토로했지만, 그들이 강조한 것은 파르테논 같은 외관의 장중함이었을 게다. 그러나 종묘 정전의 본질은 정전 자체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25쪽

저자는 종묘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정전 앞의 비운 공간이 주는 비 물질(非物質)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비움은 현대건축의 기계적 느낌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책은 일본 절의 ‘료안지’로 시선을 돌린다. 녹음 짙은 숲에 황토담장이 감싸 안은 백색의 쇄석이 있는 마당이 있다. 책에 따르면 그곳에도 분명 비움의 미학이 있지만 시각적 미학일 뿐 그 속의 윤리는 부재했다. 과거 우리의 마당문화를 이야기 하며 그곳이야말로 삶과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책은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우리에게 전한 미학을 버리고 서양 미학을 좇은 것에 대한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우리가 잃어버린 건축과 도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시선을 따르며 세계 각지의 건축과 우리 건축을 교차 비교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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